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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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폭발 대규모 死傷… 스리랑카 ‘부활절 참사’ 충격

외국인 몰린 호텔 등서 발생 / 2009년 내전 뒤 대규모 사상 / 배후 분분해… 자폭테러 의심 / 종교적 이유 발생 가능성 커 / 교황·각국정상들 애도 물결
피로 물든 부활절 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에서 테러 공격으로 의심되는 연쇄 폭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행정수도 콜롬보 북부 네곰보에 있는 성세바스티안교회에 있던 사람들이 폭발 직후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성세바스티안교회 페이스북 캡처

스리랑카가 ‘부활절 참사’로 큰 충격에 빠졌다.

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의 교회와 주요 호텔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2009년 내전이 끝난 이후 스리랑카에서 가장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수도 콜롬보에 있는 성 안토니우스 성당에서 발생했다. 이어 콜롬보 북쪽에 있는 마을인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성당, 동부 바티칼로아의 성당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해안도시 네곰보 등은 포르투갈 등의 전도로 기독교도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콜롬보 소재 호텔 3곳에 이어 콜롬보 인근 데히왈라의 한 호텔에서 7번째 폭발이 발생했고 또다시 콜롬보에서 8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콜롬보에서 폭발 피해를 입은 호텔은 샹그릴라, 킹스버리, 시나몬 그랜드 호텔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곳들이다.

스리랑카 현지 TV 매체는 폭발로 천장이 파손된 네곰보 지역 성당에서 부상자들이 피 묻은 좌석 사이로 실려 나가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를 놓고선 추측이 분분하다. 스리랑카 경찰은 최소 2건의 폭발은 자살폭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현재까지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이번 사고가 민족 갈등보다는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가톨릭 기념일인 부활절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을 노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스리랑카의 불교도와 힌두교도, 무슬림은 서로 반목하면서도 기독교에 대해선 공통적 적대감을 갖고 있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에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탄압을 당한 경험 때문이다.

처참한 현장… 조사 나선 경찰 21일 스리랑카 연쇄 폭발 테러 발생 지점 중 한 곳인 행정수도 콜롬보의 한 교회에서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콜롬보=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열흘 전 무슬림 과격 단체의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푸쥐트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간부들에게 보안 경보문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경보문은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가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과 함께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NTJ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작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다.

하지만 아직은 특정 종교나 세력에 무게를 두기가 쉽지 않다. 이슬람국가(IS) 등 국제테러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스리랑카의 맬컴 란지트 추기경은 공격을 주도한 자들이 현지 단체인지, 국제테러단체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황과 외국 정상들은 애도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현지시간) “비극적으로 죽은 모든 이와 이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스리랑카의 성당과 호텔에서 발생한 폭발 사태는 정말 끔찍하며 이 비극적인 시기에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