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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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괘불, 300년만에 서울 나들이

보물 1260호인 충남 공주 마곡사 괘불(사진)이 300년만에 첫 서울 나들이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상설전시관 불교회화실에서 24일부터 10월 20일까지 마곡사 괘불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2006년 5월부터 선보여 온 한국의 괘불전 중 열네 번째 전시다.

 

공식 명칭이 ‘마곡사 석가모니불괘불탱’인 괘불은 1687년 5월 120여 명이 넘는 대인원이 참여하여 조성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피폐해진 마곡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대규모 중창사업의 일환으로 마곡사 승려와 신도 60여 명은 바탕천, 금, 아교, 먹 등 괘불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물목을 시주했다. 불화는 1670년 마곡사 대웅보전 단청공사에 참여했던 능학(能學)을 비롯해 계호(戒湖), 유순(唯順), 처묵(處黙), 인행(印行), 정인(精印) 총 여섯 화승(畫僧)이 그렸다. 

 

높이 11m, 너비 7m, 무게 174㎏의 괘불은 300년 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광배를 장식한 꽃, 보관에서 자유롭게 나는 봉황, 영롱하게 반짝이는 구슬과 다채로운 문양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괘불 화면 상단에는 13개의 붉은 원을 그리고 안에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자(梵字)를 적었다. 주변은 용과 꽃으로 장식했다. 상 안에 복장물(腹藏物)을 납입하는 불복장 의식이나 불보살의 눈을 그려 상을 완성하는 점안(點眼) 의식처럼, 부처의 심오한 가르침이 담긴 범자나 진언(眞言)을 그려 화면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마곡사는 봄날의 경치와 유서 깊은 역사로 유명하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특히 봄 경치가 수려해서 ‘춘(春)마곡’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신라시대 승려 자장(慈藏, 590~658)이 선덕여왕의 후원을 받아 643년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중에는 충청도 의병의 집결지였고, 조선 후기에는 왕실과 충청도 감영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조선 굴지의 사찰로 널리 이름을 떨쳤다. 

 

2018년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고, 5층석탑(보물 제799호)을 비롯해 영산전(보물 제800호),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등 요 전각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공주=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