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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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 甲’…산악 누비는 벤츠 소방차 들어온다

험로 돌파와 산악 지형 화재 진압에 탁월한 성능 발휘

‘세금 이런 데 쓰라고 낸 거다. 당장 사줘라.’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속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산과 주거지가 속절없이 불타는 장면이 중계되던 와중에 온라인에서는 삼각별 벤츠 앰블럼이 선명한 소방차가 산악을 누비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유럽 지역에서 활약 중인 산불진화 전문 장비란 설명과 함께다. 네티즌들은 ‘우린 왜 이런 소방차가 없느냐’며 정부와 국회를 비판했다. 특히 소방관 국가직화, 예산 배정 등에 미온적인 국회에 비난이 집중됐다.

 

강원 산불로 국민들 뇌리에 각인된 ‘다목적 산불진화 소방차’가 국내에 들어온다. 앞서 험준한 지형이 특징인 강원, 제주, 울릉도에서 제설 차량으로 성능이 입증돼 수년 간 수입이 검토됐던 사안이 현실화했다. 당국의 구매 결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임러 트럭 코리아는 22일 험로 돌파와 산악 지형의 화재 진압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The Unimog) 다목적 산불진화 소방차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24일부터 이틀 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제16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방차는 ‘유니목 U5023 4X4오프로드’ 특수 트럭에 국내 특장업체인 에프원텍이 국내형 소방장비를 장착한 모델이다. 지상고가 460㎜에 달하는 이 트럭은 수천ℓ의 소방용수를 적재한 채 돌로 이뤄진 암벽, 1.2m 수심의 계곡, 최대 45도 급경사 등 험로를 주행할 수 있다. 홍수, 지진 등 재해로 육로가 끊긴 재난지역에 진입할 수 있는 도강, 오프로드 기능을 겸비한 유일한 작업차량이라는 게 다임러 트럭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산불진화는 물론 구난 구조용 차량으로 수십년 간 사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차축 관절은 최대 30도까지 꺾이고 접근각과 이탈각, 진입각이 커 장애물 극복에 최적화된 구조다. CTIS란 시스템을 갖춰 주행 중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할 수도 있다. 소방차가 도로 주행을 마치고 산악에 진입할 때 지체되는 시간조차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디퍼렌셜락, 특수 오프로드 기어까지 작동하면 현존하는 트럭 중 최강의 오프로드 성능이 발휘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특수 트럭에 기반한 소방차는 분당 최대 3600ℓ를 방수 할 수 있다. 차량 자체 유압 시스템을 통해 이동하면서 살수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차체 보호용 분사 노즐 18개를 탑재해, 열에 약한 부분을 보호하면서 화재에 접근할 수 있는 ‘안티 히트 프로텍션’ 기능도 적용됐다.

 

국내형으로 특장 작업을 진행한 소방 부품 및 소방차 전문 업체인 에프원텍이 이번 유니목 다목적 산불진화 소방차의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한다. 이 업체는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 프로파일 바디 시스템을 적용해 더 많은 소방용수를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수 목적 차량으로 유명한 벤츠 유니목은 장비장착용 차량인 ‘UGE’ 모델과 극한 오프로드 능력을 갖춘 재난대응 전용 차량인 UHE로 구분된다. 이번에 들여온 차량은 UHE 상위 기종인 U5023 모델이다. 소방차는 물론 험지 송전선∙탑 보수 작업, 재난 구조 작업, 극지 연구, 오지 탐험 등에 활용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피해복구 작업에 투입됐으며, 국내 원자력발전소에도 도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벤츠 유니목 관계자는 소방 당국과의 협의 진행 여부에 대해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며 “박람회 때 관련 업계 등과 상담을 충실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설차량 등으로 요구가 높아지던 와중에 소방 관련 특장사와 협업이 가능해져 이번에 도입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런 차가 있다는 것만 알려져도 좋다는 취지였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