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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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리랑카? 왜 교회·호텔?…'부활절 테러' 배경에 집중

불교-힌두교 및 민족 간 전통적 갈등 양상과 달라
현지 기독교 반감은 큰 편…경찰, 테러경고 무시한 정보당국 조사

300명 가까이 숨진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면서 스리랑카 당국이 테러의 배경과 원인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테러 배후를 자처한 단체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데다 스리랑카 내에서는 소수집단인 기독교계와 특급 호텔이 이례적으로 테러의 주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기독교계는 2009년 종식된 스리랑카 내전 때 분쟁 당사자가 아니었고, 특급 호텔도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테러 배후와 관련한 의문점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스리랑카 경찰은 22일 전날 수도 콜롬보의 교회와 호텔 등 전국 8곳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AFP통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콜롬보 인근에 사는 현지인이라고 전했다.

앞서 루완 위제와르데나 국방장관은 이번 연쇄 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스리랑카 경찰청장도 열흘 전 이슬람 과격 단체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푸쥐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간부들에게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가 콜롬보의 인도대사관과 함께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TJ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작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급진주의 단체다.

경찰은 국제테러조직과의 연계성 등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처럼 이번 연쇄 폭발은 현지인에 의한 종교 관련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다.

다만, 이번 테러는 스리랑카 인구의 74.9%를 차지하는 불교도 중심의 싱할라족과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11.%) 간의 기존 스리랑카 내전 역사와는 궤를 달리하는 모양새다.

스리랑카는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26년간 벌인 내전으로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내전에서 기독교계는 갈등의 한 축이 아니라 오히려 중재역을 맡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번 테러의 대상이 된 점은 미스터리로 받아들여 진다.

다만, 최근에는 급진 불교 세력 등이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을 경고하는 일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기독교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최근 몇 년간 불교 과격 단체로부터의 협박이 증가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불교도, 힌두교도, 무슬림 등은 16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에 식민지배를 당한 탓에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에는 기본적으로 적대감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슬람국가(IS) 등 국제테러조직이 이번 공격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매체는 IS 관련 테러는 2016년 이후 스리랑카에서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들이 이슬람 급진 국제테러조직의 현지 조직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 경찰은 정보당국이 여러 테러경고 정보를 무시하다가 이번 연쇄 폭발에 대비하는 데 실패했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하린 페르난도 통신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일부 정보당국 간부가 이번 사고를 앞서 인지했지만, 행동에 나서는 데는 늦었다"며 관련 경고가 왜 무시됐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