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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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등 8개국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 연장 안할 것"

이란산 원유수입 제재면제 결과 임박 / "트럼프, 19일 최종결정" / 제재 부과시 국내 산업계 일부 타격

우리나라에 적용된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와 관련해 8개국에 인정했던 한시적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 오전 8개 국가를 상대로 이란산 원유 제재에서 면제해 주는 조치를 갱신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AP통신도 일본, 한국, 터키 등 동맹국을 포함한 5개국에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더는 면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관리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제재 예외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해제할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AP는 해당 국가들에 원유 수입을 서서히 줄일 수 있도록 시간을 줄 수도 있고, 내달 3일부터 당장 수입을 중단하도록 제재를 적용하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조치를 지난 19일 최종 결정했고, 이란에 대한 압박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에 내달 2일까지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이후 대만과 그리스, 이탈리아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아예 중단했으나 중국과 인도 등 5개국은 상당량 수입을 계속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제재 예외국 정부들은 이 조치를 연장받으려 미 정부와 협의해왔다.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조치를 확대하면 세계 원유시장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를 포함해 다른 국가들이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 상쇄를 돕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세계 원유시장에서 가격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원유시장의 움직임 때문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 고삐를 쥘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국내시장에는 타격이 불가할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계에는 카타르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와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수입되고 있다. 카타르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감축해 나가고 있지만, 카타르산 수입 가능 물량이 부족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물량보다 카타르산을 더 들여오려면 가격이 상승되는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아가 유가 상승은 여론을 악화할 수 있어 선거철에 크게 부담이 되며 한국과 일본과 같은 주요 동맹국과 중국, 인도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와의 관계 설정에도 민감한 요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 공급과잉 논란 속에 급락했다가 올해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비OPEC 주요 산유국 감산과 일부 산유국의 정정 불안 등으로 30∼40%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