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대선 70대 혈투… ‘집권 한계 나이’ 벌써 갑론을박 [세계는 지금]

미국에서 2020년 차기 대통령 선거전 개막과 함께 주요 예비 주자들의 나이 문제가 핵심 이슈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당선됐고, 2017년 1월 취임 당시 나이가 만 70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재선하면 만 74세로 집권 2기를 시작함으로써 자신이 세운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하게 된다. 야당인 민주당 진영에서도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유력 주자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일을 기준으로 할 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79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77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71세 등이다. 이들 중 누가 당선돼도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차기 대선이 70대 중반 예비 주자들의 각축장이 됨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나이가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지구촌을 통틀어 최고의 격무에 시달리는 자리로 꼽히는 미국의 대통령이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하는 데 ‘한계 나이’가 있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제기되고 있는 ‘고령 대통령’ 논란을 심층 진단해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미국 차기 대선전의 공화당 주자는 사실상 결정됐다. 재선 고지 점령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민주당은 현재 72세인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강력한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70여년 동안 상대적으로 젊은 대선 후보를 내세워 승리해왔다고 AF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민주당이 55세가 넘은 대선 후보를 내세운 것은 1948년 해리 트루먼이 마지막이었다고 AFP가 지적했다. 1828년 이후 60대 나이에 대통령에 취임한 민주당 출신 정치인은 3명에 그쳤다. 그때 이후 대통령 취임일을 기준으로 할 때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평균 나이는 52세로 나타났다.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민주당의 예비 주자 중에도 젊은 후보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줄리언 카스트로(44)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베토 오루어크(46) 전 하원의원, 코리 부커(49) 상원의원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여성 현역 상원의원인 커스틴 질리브랜드(52), 카멀라 해리스(54), 에이미 크로버샤(58)는 모두 50대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민주당 예비 주자 지지율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31%로 1위를 차지했고, 샌더스 상원의원이 23%로 2위를 기록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9%로 3위를 달렸다. 초반 선두 각축을 벌이는 1, 2위 주자가 모두 70대 후반이다. 바이든과 샌더스는 고령 논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샌더스는 자신의 하루 일정을 추적해 보라고 한다. 샌더스는 누구보다 혈기 왕성하게 선거 운동을 하고, 의정 활동을 챙기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72세의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모토는 ‘개혁’과 ‘변화’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나이가 더 많은 바이든이나 샌더스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샌더스 의원은 2016년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에 젊은 유권자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사회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의 샌더스는 공립대학 무상 교육, 정치자금법 개혁 등의 공약을 내세워 젊은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고, 그 여세를 몰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막판까지 경합했다.
 

◆연령 차별 vs 노인 정치

워싱턴포스트(WP)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리처드 코언은 최근 이 신문에 ‘바이든과 샌더스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코언은 샌더스와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2024년 재선 고지 점령에 나서게 되면 모두 80대 후보가 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82세, 샌더스는 83세에 집권 2기를 시작하게 된다. 코언은 “바이든과 샌더스가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번 대선에 나설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즉각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 78세까지 재임한다.

로버트 카이저 전 WP 편집국장도 “70대 유능한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에 이상적인 나이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카이저는 조지아텍(GIT)의 보고서를 인용해 “65세 이상 연령층의 미국인 중 16∼23%가 ‘인지기능장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현재 79세이다. 카이저는 “미국 생명보험사 계산에 따르면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된 뒤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6%이고, 샌더스는 이 기간에 사망 확률이 29%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재선한 뒤 2025년 이전에 사망할 확률은 20%가량이다.

미국의 정치 전문 연구기관인 ‘538’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나 많은 나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기관은 “나이가 들면서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특정인이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나이를 가를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당시 69세의 트럼프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적은 후보들을 겨냥해 ‘기력이 떨어지는 후보’라고 공세를 취했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아 인지 능력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대통령이라도 젊고 유능한 참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국정을 수행하면 얼마든지 훌륭하게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연령 차별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프랭크 브루니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도 “젊은 세대가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그 전 세대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의회 다선 우선 원칙 올드보이가 ‘쥐락펴락’

 

미국 정치권에서 70, 80대의 원로 정치인들이 ‘노인 정치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행정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는 올해 79세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미국에서 평균 은퇴 기대 연령은 65세가량이나 노동 참여 노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정치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에서는 다선 우선 원칙에 따라 고령의 현역 의원이 주요 상임위원장이나 야당 간사를 맡아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공화, 아이오와)은 올해 85세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도 85세이다. 이들과 함께 84세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공화, 앨라배마)도 상원 세출위원장을 맡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민주당 출신의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는 노회한 정치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을 차지했고, 하원 운영의 전권을 쥔 펠로시 의장은 예측불허의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장악하고 있다. 매코널 대표는 올해 76세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서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77) 상원의원은 2016년 대선에 이어 2020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초반 돌풍의 주역 자리를 꿰찼다.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79세, 흑인 여성인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80세이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68세이다.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당 진영의 실세로 남아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71세이다.트럼프 정부에서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81세이다. 또 75세의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이 정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코츠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브로맨스’를 견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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