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毛(무모)’한 내 인생, 毛(모)가 중요해!…탈모 치료 스트레스 ‘속 보이는 남자’들 [S스토리]

#1. 직장인 A(30)씨는 최근 미용실에서 M자 탈모가 의심된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병원을 찾았다. 조부와 부친 모두 탈모가 심했던 A씨는 병원에서 소개해 준 경구용 남성형 탈모 치료제(경구용 탈모약)를 처방받기로 했다. A씨는 머리카락을 지킨 대신 일상의 행복 하나를 잃었다.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오던 A씨는 곧 평소와 같이 헌혈의 집을 찾았지만 탈모약 복용을 이유로 헌혈 금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훈장을 받을 때까지 헌혈을 하는 게 목표였다”며 “탈모 때문에 남을 돕는 기쁨을 포기해야 한다니 참 씁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2. 취업준비생 B(27)씨는 여자친구와 이별한 게 경구용 탈모약 복용 탓이라고 생각한다. 경구용 탈모약을 먹고 탈모 현상이 멈춘 B씨는 여자친구에게 얼떨결에 “탈모약을 먹어서 다행”이라고 얘기했다가 지속적인 의심에 시달려야 했다. 여자친구는 “탈모약을 여자가 만지면 중병에 걸린다”거나 “성기능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등 부작용을 과장해 말하기 일쑤였다. B씨는 그때마다 “부작용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코팅된 약은 여성이 접촉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B씨는 솔로다.

 

‘프로페시아’로 대표되는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는 남성들이 머리카락을 얻는 대신 잃은 것들로 한숨을 쉬고 있다. 탈모 부작용에 대한 여성들의 편견부터 고가의 약값까지 발모와 함께 수반되는 여러 스트레스로 탈모인들은 오히려 머리카락이 빠질 지경이라고 푸념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탈모 증상이 있으면 취업, 연애, 결혼 등 삶의 전반에 있어 타격을 받으니 탈모약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늘어나는 탈모인… 탈모약 처방 증가

 

26일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프로페시아의 매출액은 2016년 355억3400여만원에서 지난해 408억8600여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출 2위를 자랑하는 탈모약인 아보다트도 2016년 292억7200여만원이던 것이 작년 310억9500여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카피약도 매출액이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프로페시아 등 7종의 경구용 탈모약의 총 매출액은 2016년 약 777억1100만원에서 2017년 약 785억9300만원을 거쳐 2018년 약 850억2600만원으로 늘어났다.

 

경구용 탈모약을 사용하는 탈모인은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약이 지난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성인의 19.7%가 탈모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4.7%는 특별한 관리나 처방을 받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탈모 증상을 관리하는 사람들 중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비율도 38.6%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노화할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탈모의 특성을 감안하면 올해 경구용 탈모약의 매출액이 9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탈모약 부작용?… 내겐 걱정, 네겐 편견

 

경구용 탈모약은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성호르몬의 일종이면서 탈모를 일으키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남성형 탈모를 막는다. 하루에 1알(1㎎)을 복용하면 최소 6개월 복용했을 때 탈모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약은 몇 가지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과 발기부전 현상 등과 더불어 임신한 여성이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일정량 섭취할 경우 태아가 남아일 때 생식기관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탈모인들은 이러한 부작용 탓에 탈모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약을 처방받는 데 오랜 시간 고민에 빠진다. 약을 먹는 중에도 각종 부작용이 발현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복용하게 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프로페시아 부작용 지식에 대해 문의하는 글만 700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탈모약 부작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하다는 의학적 연구가 있다. 보통 피나스테리드 1㎎을 매일 1년간 투여했을 때 성욕감퇴와 발기부전 부작용은 각각 1.8%와 1.3% 비율로 발현된다. 가짜약을 먹었을 때도 성욕감퇴는 1.3%, 발기부전은 0.7% 비율로 발생해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작용인 우울증도 경구용 탈모약이 1997년 출시된 이후 20년간 해외에서 508건, 국내에서 5건 보고된 게 전부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임신부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성들에게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경구용 탈모약을 먹는 남성들과 접촉을 하면 안 된다거나 약을 잠시라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경구용 탈모약의 알약은 기본적으로 코팅 처리가 돼 나오기 때문에 접촉을 하더라도 약내 성분이 몸에 흡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기형아 출산 우려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수컷 원숭이에게 하루 피나스테리드 800㎎(사람의 1일 복용량의 800배)을 정맥에 투여했을 때 암컷 원숭이의 태아에게서 비정상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머리카락과 맞바꾼 소소한 행복

 

경구용 탈모약의 부작용과 더불어 탈모인들을 근심하게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약값이다. 경구용 탈모약의 대표인 프로페시아는 84일분이 최소 15만원이다. 약국에 따라 같은 양을 21만원 넘게 받는 곳도 있다. 처방비까지 더하면 3달에 약 17만~23만원의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큰 수입이 없는 20대에게는 매우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탈모 환자 현황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탈모 진료비용 증가율이 34.2%로 평균 증가율 30.6%보다 4%가량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약값을 걱정하는 20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면 A씨처럼 헌혈을 할 수도 없다. 대한적십자사는 경구용 탈모약을 먹는 남성들에 한해서 약을 복용할 때와 복용을 끊은 후 1개월간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경구용 탈모약이 주로 임신 중인 여성에게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시스템상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한 사람의 피는 남성에게만 수혈하도록 체계를 손보는 방법이 있겠지만 아직은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탈모약 복용자의 피를 수혈받은 남성과 성관계를 했다고 태아기형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남성에게만 수혈하는 체계를 갖춰도 다른 부작용 가능성은 일부 남아있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모약의 ‘오해와 진실’ 확실히 알려야

 

결국 탈모가 서러운 남성들에게 탈모약을 복용하는 것마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게 하려면 경구용 탈모약의 의학적 정보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는 인구의 증가가 뚜렷한 만큼 정부 등에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부작용에 대한 각종 편견으로 복용자들에게 괜한 고민거리를 안기거나 여성들이 불필요하게 경구용 탈모약 복용 남성들을 기피하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김범준 중앙대학교 교수(피부과)는 “경구용 탈모약은 전 세계적으로 장기 추적 관찰이 충분히 이뤄진 검증된 약품”이라며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이 1~2% 수준으로 발생한다고는 하나 발생 연령이 중장년층 중에서도 연령이 높은 층에서 주로 나타나 청년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임신한 여성이 경구용 탈모약을 실수로 복용했을 때도 기형아가 출생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상태이고 다만 동물실험 결과 부정적 가능성이 존재하는 정도”라며 “경구용 탈모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괴담처럼 퍼지지 않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서울 4000원 vs 인천 3만원… 탈모약 처방비 ‘천양지차’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는 탈모인들이 또 한 번 눈물짓는 부분은 병원마다 다른 처방비다. 이 탈모약은 전문의약품이라 법적으로 의사의 진단에 의해서만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구입하기 전에 꼭 병원에 들러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탈모 치료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필수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치료에 포함되기 때문에 병원마다 탈모약 처방비는 천차만별이다.

26일 세계일보가 서울 마포구와 인천 계양구 일대 피부과를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경구용 탈모약의 대표격인 프로페시아 처방비는 최대 2만6000원까지 차이가 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600m 반경으로 피부과 병원 3곳에서 프로페시아 세 달치인 84정을 처방받았는데 A병원은 4000원이 들었고, B병원과 C병원은 각각 1만원과 3만원을 요구했다. 인천 계양구에서도 걸어서 3분 안에 갈 수 있는 병원 3곳을 조사한 결과 D병원은 1만원, E병원은 2만4000원, F병원은 3만원을 처방비로 받고 있었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의 알권리와 병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급여 부문 진료비용을 병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비를 고지하는 병원은 사실상 종합병원급 대형병원 위주다. 탈모인들이 병원마다 다른 경구용 탈모약 처방비를 사전에 검색하고 비교해 병원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부담스러운 약값과 진료비 탓에 일부 탈모인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처방받아 4등분을 내 복용하기도 한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와 경구용 탈모약의 성분이 같기 때문에 5㎎이 들어 있는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 알약을 4등분해 먹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약을 쪼갤 경우 내부 성분이 흘러나와 이를 접촉한 여성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탈모인들은 탈모가 사회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며 경구용 탈모약을 급여 항목으로 포함해 달라고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만 관련 게시글 60건이 올라와 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부분은 공적인 영역이 아니고 시장경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경구용 탈모약 급여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예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탈모 치료비가 어디는 1만원이고 어디는 5만원인 게 현실”이라며 “이는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탓”이라고 꼬집었다. 최 팀장은 “원가를 명확히 공개해 환자들이 병원을 비교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청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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