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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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택배기사 연봉

지난해 4월 수도권 일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막아 갑질 논란이 일었다. 주민들은 단지 내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택배물을 손수레에 싣거나 직접 들고 배달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보다 못한 택배 회사에서 해당 아파트에 배송되는 물건을 반송 조치하는 실력행사를 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반송 안내문에는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991년 12월 한진택배가 첫 사업인가를 획득하면서 우리나라 택배업이 시작됐다. 미국·유럽(1960년대)이나 일본(1970년대)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국내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5조원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연평균 소득이 6937만원이라는 뉴스가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달 평균 578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 월 임금 총액(302만8000원)에 비해 상당히 많다. 연소득 1억원 이상이 559명(4.6%)이고, 서울에는 4억원대도 있다니 이목을 끌 만하다.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 대개 자기 차량으로 회사와 계약하는 개인사업자다. 그래서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유류비, 식대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실제 소득은 5200만원 정도다. 지난해 평균 택배 단가는 2229원. 이 중 700∼800원가량이 택배기사 몫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업체들이 저가경쟁을 벌이는 탓에 수수료는 낮아지고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휴가는 생각할 수도 없다. 명절 연휴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다.

택배기사는 대부분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다. 온종일 운전하고 무거운 물건도 날라야 해 허리디스크나 관절염 같은 직업병에 시달린다. 택배기사 절반 이상이 고객에게 폭행·폭언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거리가 일터이다 보니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연 소득만 본다면 혹할 법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더구나 드론과 로봇 등을 이용한 무인택배가 활성화되면 사라질 직업이라고 하니….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