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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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조례 때문에…중국서 '관음보살 몸에 공자 얼굴' 동상 논란

[연합조보 캡처]

중국에서 몸체는 관음보살, 얼굴은 공자의 모습을 한 동상이 만들어진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聯合朝報)가 중국의 종교문제를 다루는 매체 'Bitter Winter(寒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동상은 애초 산둥성 핑두(平度)시 청둥부(城東埠) 마을의 성수이츠(聖水池) 민속문화원에 세워진 관음상이었다.

2011년 약 200만위안(3억4천여만원)을 들여 만든 높이 21m의 이 관음상은 '산둥 제일 관음상'으로 불렸고, 주민과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향을 피우고 복을 빌었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종교사무조례에 따라 '봉건 미신 전파행위를 불허한다'는 지시가 내려졌다. 관음상을 숭배하고 절하는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종교 상업화를 막기 위해 종교사무조례 개정안을 시행했는데, 여기에 사당, 교회당 등 종교시설이 아닌 야외에 대형 종교 관련 동상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관음상을 철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주민들은 고민 끝에 40여만 위안(약 6천900만원)을 들여 몸체는 관음보살로 둔 채 머리 부분만 공자로 바꿨다. 공자는 중국전통문화의 성인인 만큼, 공자를 기념하는 것은 '미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또 동상에 새겨졌던 '관음'이라는 글자와 연꽃을 없앴다. 왼손에 들려있던 옥정병은 죽간으로 바꿨고, 흰 대리석의 몸체에 고동색을 칠해 동상처럼 보이게 했다.

기상천외한 형상의 동상이 만들어지면서 논란이 되자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역 당국 관계자를 인용, 주민 동의 하에 동상을 공자상으로 바꾸는 개조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성 보도를 했다.

그러면서 일부 외국 매체들이 동상 재건을 '종교 탄압'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익명의 중국 종교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일에 대해 "이른바 종교 탄압과는 전혀 관련 없다"면서 "종교사무조례 개정은 법에 따라 종교활동을 표준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공장소에서 종교 구조물을 금지하는 것은 모든 종교를 존중하고, 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시설에서 숭배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면서 "일부 서방국가도 대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종교적인 장소에 종교적 동상을 못 세우게 한다"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