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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사이코패스 수준"… 황교안의 험난한 '광주행'

2016년 광주 5·18 기념식 간 황교안 / "5·18,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분수령" / 임을 위한 행진곡 안 불렀다 '왕따' 돼 / 2019년 기념식 참석도 '험난한 길' 될 듯 / 이 대표, 5·18 망언 처리·특별법 제정 지연 놓고 강도 높은 비판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사 참석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광주에 꼭 가겠다”는 황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란 막말이 쏟아지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로 일하던 2016년 행정부를 대표해 5·18 기념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2016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진행되는 동안 다들 노래를 부르는데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노란 동그라미 안)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黃 "5·18,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분수령"

 

그는 당시 박 대통령을 대신해 한 기념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루는 분수령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보훈처가 5·18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고 그냥 합창 형식으로 하자고 밀어붙인 것이다.

 

제창은 흔히 ‘애국가 제창’ 하면 행사 참석자 모두가 일어나 따라 부르는 것처럼 행사 주최 측은 물론 단순 참가자까지 전부 불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반면 합창은 행사에 초대된 합창단 등의 공연을 의미한다. 즉, 행사장 무대 위에 선 공연자들만 노래를 부르고 객석의 참가자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이 지난 3일 광주에서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를 마친 뒤 시민들의 물세례 등 거친 항의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황 대표는 2015년 6월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반대하는 국민도 있으므로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행사 당일 황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동석한 정의화 국회의장 등 여야 지도부가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번에 황 대표가 3년 만에 다시 5·18 기념식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과연 따라 부를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노래 외에 징계, 특별법 등 숙제 '첩첩산중' 

 

문제는 황 대표가 떠안은 ‘숙제’가 단지 임을 위한 행진곡 따라 부르기 하나만은 아니란 점이다. 5·18을 폄훼하는 ‘망언’을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한국당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 징계 건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차원의 징계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세 의원은 5·18 관련 시민단체 등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해 현재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나 이 또한 미적대고 있다.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여기에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요구하는 5·18 특별법 제정은 한국당에 가로막혀 입법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5·18 망언 등 처리와 특별법 제정 지연을 거론하며 황 대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황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은) 핍박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광주로 가는 것”이라며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이코패스란 공감 능력과 죄책감 등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의학 용어다. 죄책감 없이 사람을 잇따라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의 심리상태에서 흔히 발견되는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당은 사이코패스를 막말로 규정하며 반격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하지 말라’ 했는데, 한국당 보고 ‘막말하지 말라’고 말할 입장인가”라며 “그 동안 막말한 게 누구냐”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