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판결 앞둔 대법에 외교부 자문은 불법? [뉴스+]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외교부가 정부 의견을 법원에 전달한 행위는 불법일까.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교부가 대법원에 일제 강제징용 판결 관련 의견을 전달한 것을 둘러싼 불법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임 전 차장은 법관 해외공관 파견을 위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사건에 외교부 입장을 반영했다는 ‘재판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을 독촉했다고 지적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안팎에서는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을 전달한 것을 ‘재판거래’ 일환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민사소송규칙 134조의2에 따르면, 공익과 관련된 대법원 재판에 대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대법원도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미국도 ‘법정조언자’ 제도를 통해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물론 관계 기관·단체도 법원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전날 증인으로 출석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의견 전달은) 대법원 판결을 번복하는 것을 의도했던 게 아니다”라며 “판결이 한·일 관계를 포함한 국제법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러면 국익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정부 협조를 얻어내 사법부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정부 요청 사항을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재판에 적극 반영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행위가 불법인지에 따라 임 전 차장의 양형도 작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사적 이익 여부와 외교부 의견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불법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6년부터 대법원은 사법 교류 목적으로 ‘사법협력관’ 제도를 통해 해외에 법관을 파견했지만 2010년 중단됐다. 이후 2013년 주유엔 대표부와 주제네바 대표부, 네덜란드 대사관 등에 법관 파견이 재개됐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외공관 파견 법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급격히 늘었거나 파견기간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재판거래에 해당하는) 뇌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외교적 사안에 대한 사법자제 원칙이 훼손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자제 원칙은 사법부가 정책적 전문성 및 개별 사건의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입법부나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외교행위는 규범만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며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할 때 국익이 침해될 수 있는 만큼 상대방 국가와 정치적 절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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