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쏘가리

1992년 2월20일 평양 금수산의사당에서 진행된 남북고위급회담 오찬에서는 쏘가리가 화제에 올랐다. 쏘가리회 요리가 나오자 김일성 주석이 “이것은 주로 외국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라며 “남쪽에도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원식 총리는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 쏘가리는 어디서 나오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주석이 “북한강에서 잡히고, 대동강·청천강에도 있는데 일본에는 없다더군”이라고 답했고, 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남에서는 매운탕으로 많이 끓인다”고 소개했다.

쏘가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역사속 인물이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이다. 경북 봉화 출신인 그는 외가인 충북 단양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단양의 상징인 도담삼봉에서 따온 삼봉을 호로 지을 정도로 단양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단양은 예로부터 쏘가리가 특산품이었다. 정도전은 쏘가리 애호가로 유명했다. 한양에 있을 때도 자주 단양을 찾아 쏘가리 매운탕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세종 때 문인 맹사성의 ‘강호사시가’에는 “탁료계변에 금린어(錦鱗魚) 안주로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금린어가 바로 쏘가리다. 몸 색깔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만영의 ‘재물보’에서는 살 맛이 돼지고기처럼 좋다고 해서 ‘수돈(水豚)’이라고 표현했고, ‘맛잉어’라는 별칭도 있다. 쏘가리 매운탕은 예로부터 민물고기 매운탕 중 으뜸으로 쳤다. 쏘가리는 횟집에서 1kg에 1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에 팔린다. 찾는 이는 많고 개체 수는 적다 보니 우리 땅에서 소비되는 쏘가리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이다. 연간 20t가량의 쏘가리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밀수까지 포함하면 연간 반입 물량이 100t에 달한다고 한다.

충북도 내수면연구소가 최근 연구 착수 6년 만에 배합사료를 이용한 쏘가리 양식에 성공했다고 한다. 쏘가리는 육식성이어서 붕어·잉어의 치어를 먹여야 했으나, 다양한 연구 끝에 사료만 주고 30㎝ 이상의 성어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늦어도 5년 내에는 사료양식 기술이 정착된다고 한다. ㎏당 4만∼5만원에 국산 쏘가리를 맛볼 수 있다니 민물 매운탕 애호가에게는 더없는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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