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이재명·김경수·안희정의 엇갈린 운명 [이슈+]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일단 ‘무사생환’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잠룡들의 ‘잔혹사’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때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가 갑자기 재판에 넘겨져 여권 지지자들한테 큰 충격을 안긴 이 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그리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3인의 ‘엇갈린’ 운명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초 김 지사, 그리고 안 전 지사가 법조계 안팎의 예상을 깨고 법정구속된 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경수, 안희정에 이은 법정구속의) 다음 차례는 이재명이 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야권 일각의 예상은 이날 이 지사의 1심 선고 결과로 완전히 빗나갔다.

 

◆'무사생환'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해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로 내몰렸다.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을 필두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친형(親兄)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까지 악재가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진 것이다.

 

결국 검찰이 수사에 나서 형법상 직권남용,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총 4가지 혐의로 이 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여배우 스캔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 기소 대상에선 빠졌으나 이 지사의 도덕성에 흡집이 이미 날 대로 난 뒤였다.

 

지난달 25일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6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 지사로선 직권남용죄로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되거나,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도지사직을 잃는 궁박한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날 법원의 무죄 선고로 이 지사는 한동안 경기도정의 안정적 운영에 전념하면서 차기 대권주자 자리도 계속 유지해갈 수 있게 됐다. 물론 항소심, 상고심 등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이 지사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가 내년 총선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중앙정치 무대를 넘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기사회생' 김경수 경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는 ‘기사회생’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항소심 재판 도중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잠시 풀려나 있는 ‘시한부’ 석방 상태다.

 

항소심이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려 실형을 선고하면 도로 구치소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2심은 1심과 다를 것’이라고 내심 자신하는 눈치다.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1심 판결은 잘못된 것”이란 공감대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안팎에서도 확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지사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성창호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았다. 성 부장판사는 양승태(구속기소) 전 대법원장 시절 그 비서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1심의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 결정 직후 김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선 “‘양승태 키즈’ 판사에 의한 신종 사법농단”이란 비난이 쏟아졌고,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성 부장판사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쇄도했다.

 

그게 받아들여진 결과일까. 성 부장판사는 결국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게다가 ‘친문(親文)’ 성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그를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이래저래 1심 판결은 ‘신뢰’를 잃어가고 성 부장판사는 ‘코너’로 몰리는 가운데 김 지사한테 부쩍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사면초가' 안희정 前충남지사

 

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현재 ‘사면초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지지자들 사이에 “정치적 재기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제 그런 얘기는 쑥 들어갔다.

 

항소심은 ‘성(性)인지 감수성’이란 다소 낯선 용어를 동원해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앞서 대법원은 ‘성폭행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전국 일선 법원들은 요즘 이를 적극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안 전 지사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한 서울고법 재판부 재판장이었던 홍동기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옮겼다. 행정처 기조실장은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이 아니면 가기 힘든 자리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로선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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