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짐 로저스 “한반도 평화 기운 조성되면 투자지역으로 가장 매력적”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 세션3-로저스·박원순 특별기조연설 / 박원순 서울시장 / “베세토 청소년 오케스트라 결성 추진 / 2032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 전력” /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 “한·일 해저터널 건설 땐 내가 먼저 투자 / 2032년 이전에 남북한 통일 가능할 것”

“(북한이 개방된다면) 당신의 투자가 필요하다.”(박원순 서울시장)

 

“대회 유치를 추진중인 ‘2032 서울·평양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통일이 될 것이다.”(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2019'에서 짐 로저스, 박원순 서울시장, 토마스 맥데빗 워싱턴타임스 회장이 오후 세션이 열리기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박 시장과 로저스 회장이 16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천주평화연합(UPF) 주최의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세 번째 세션에 앞선 티타임 자리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지난해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서울·평양올림픽 개최’ 아이디어 등을 언급하며 “북한은 이미 투자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당신이 북한에 투자를 한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당신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로저스 회장은 “아직은 제가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다”면서도 “올림픽이 열리는 2032년 이전에 통일이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어 박 시장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쓰인 10원짜리 기념은화를 선물했다. 박 시장이 “지난해 9월 제가 평양에 갔을 때는 이런 걸 받지 못했는데, 감사하다”며 “어디서 구한 것이냐”고 묻자 로저스 회장은 “그것은 비밀”이라며 웃어넘겼다. 박 시장은 “평양에 가보니 이미 800만명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해 매우 놀랐다”며 “20년 안에 중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더라”고 전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미 북한주민들도 한국 드라마나 K팝을 많이 접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북한의 개방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이 16일 오후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이 미리 준비한 슬라이드를 가리키며 특별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티타임 후 이어진 특별기조연설에서 로저스 회장은 “한·일 해저터널이 만들어진다면 제가 투자하겠다”며 “다만 휴전선이 사라져야 한다는 전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기운이 조성되면 한반도가 투자지역으로 큰 매력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무려 40년 전에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터널을 뚫어도 휴전선이 있으면 아무 필요가 없다”면서 “그 선이 없어지면 굉장히 흥미롭고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제가 투자자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제일 먼저 그 기차를 타고 도쿄에서 한반도를 거쳐 파리까지 넘어가겠다. 함께 가자”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남북통일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19세기는 영국, 20세기는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며 “3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아시아는 21세기에 큰 힘을 가지게 된다는 얘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한반도 지도를 띄운 뒤 “여기에 붉은선이 보이는데, 38선”이라며 “이 선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렇게 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도 38선 철도 연결을 추진해 부산과 중국 대륙은 물론 모스크바 등까지 뻗어 나갈 것”이라며 “남북한이 함께 했을 때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박수가 쏟아지자 “박수는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여러분이 받아야 한다”며 “저는 단지 지켜보면서 기회가 있는 곳에 투자를 하는데, 한반도 투자 기회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면 여러분에게도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시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모두가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박 시장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언제나 우리는 평화를 꿈꿔 왔다”며 “야만의 전쟁 역사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한반도를 세계평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평화의 나침반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우리도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이라는 새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2019'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특별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박 시장은 “아직도 정세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그중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겼지만 저는 여전히 낙관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냉전의 마지막 장소인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드는 것은 큰 산맥을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때로는 우리가 장애물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야 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산맥을 넘어서고 그 너머엔 한반도 평화가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역사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주역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그 길목을 열어가겠다”며 “먼저 서울과 도쿄, 베이징이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라는 동북아 도시공동체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베이징과 도쿄에 청소년 오케스트라 결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32 서울·평양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박 시장은 “올림픽은 그야말로 세계가 평화로 뭉치는 하나의 계기이고 공간”이라며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 됐다고 본다면 서울·평양올림픽은 평화의 종착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정우·유지혜·곽은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