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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로 핵 확산 방지를” vs “대화로 경제협력 이끌어야”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 세션 1·2- 동북아 평화/한·미·일 동맹 /“文대통령, 평화 프로세스 노력 지속 / 北은 계속해서 미사일 발사 엇박자” / “北 경제발전 가능성… 中·日도 관심 / 수많은 군 병력 노동력으로 활용을” / “지금 한·미·일 3국은 ‘선장 없는 배’ / 북핵 위협 속에 역할 분명히 해야”

한·미·일 외교안보 전문가 300여명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 모여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동북아 협력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들은 세계일보와 자매지 미국 워싱턴타임스, 일본 세카이닛포가 공동 주관하고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에 참석해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과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유화적 입장으로 나뉘었다.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과 ‘북·중·러 동맹’ 강화 흐름에 맞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주제발표하는 태영호 한·미·일 지도자와 석학들이 16일 오전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남정탁 기자

◆대북 제재 공고화 VS 대화로 경제협력 이끌어야

 

이날 콘퍼런스의 첫 번째 세션에 연사로 나선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여러 협상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국들과 긴밀한 협력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여 핵확산으로 이어지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경고했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16일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당사국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6자회담국 등이 동시에 같은 주장으로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3년 북한의 핵 문제가 처음 불거진 이후 북한은 주변국들의 의견 차이를 이용해 핵 개발을 지속했다”며 “강대국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북핵을) 저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천주평화연합(UPF) 주최로 열린 국제지도자회의(ILC)에서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북한과 대화를 지속해 경제협력의 공간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국제대 부총장은 “북한은 20년간 많은 군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병력을 이제는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북한의 경제 발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이는 일본과 중국도 관심이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국방아카데미 한국연구센터장도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대체할 것은 없다”며 “남북한 문제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하면서 새로운 협력과 화해의 시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중·러 동맹’ 맞서 ‘한·미·일 동맹’ 강화해야”

 

이날 두 번째 세션에서는 악화일로에 빠진 한·일관계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최근 더 커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느끼는 위험 인식이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조 전 차관은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일의 공통적 위협 인식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2019'에서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동북아에도 평화공동체를 출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험프리 혹스리 영국 BBC 국제문제 전문기자는 “도전적인 국가로 구성된 유럽은 EU(유럽연합)를 통해 지난 60년 동안 평화를 이끌어 왔다”며 “계속 국경선이 바뀌는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유럽의 안정화 사례를 동북아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도 대립보다는 통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빈 마하르 전 미국 국무부 일본사무국장은 “한·미 동맹관계는 굳건하지만 남북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며 “안보협력 면에서 한·일 간의 약점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하르 전 국장은 “한·일관계가 과거사에 발목 잡히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우리에게 당면한 위협을 개별 국가 홀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2019'에서 케빈 마하르 전 미국 국무부 일본 사무국장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전문가들은 소원해진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다카기 히로히사 전 일본 중의원의원은 “한국과 일본 관계가 냉각 상태”라며 “이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자 관계는 중국, 북한과 연계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며 “고위급 대화를 통해 3자 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UPF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 2019'에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왼쪽 네번째)가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케빈 마하르 전 미국 국무부 일본사무국장, 험프리 혹스리 영국 BBC 국제문제 전문기자,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
남정탁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유창한 영어로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전직 외교관으로서 한·일 문제가 참으로 걱정된다”며 “현재 상황은 북한에 더 우호적으로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한·미·일 3국이 서로 주도적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선장이 없는 배”라고 진단했다. 그는 “3자 관계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유지혜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