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볼썽사나운 검·경 수사권 다툼, 국민 불신 키울 뿐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 논의가 벌어진 것은 검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검찰부터 민주적 원칙에 맞게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밀실 합의도 아닌데 검찰 입장이 반영 안 됐다고 부인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검·경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국민의 눈에는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엉뚱한 처방”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면서 2시간여 동안 반박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이 경찰에 대한) 사후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식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장 직을 걸고 반대하는 모양새다. 문 총장은 대신 직접수사 대폭 축소, 고소·고발 사건의 재정신청 확대 등 자체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고 국민이 판단할지 의문이다.

최근 검·경이 상대의 과거 수장에 대해 칼을 겨누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와 여당에 유리한 정보수집을 지시한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강 전 청장은 구속됐다. 경찰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과거 검찰 고위직 4명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상대방 흠집내기나 망신주기가 재연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수사권 갈등 때마다 양 기관이 상대에게 치명상을 가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만약 그렇다면 수사권 남용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개혁 대상으로 손가락질 받는 검·경의 신경전은 국민의 불신을 더 키울 뿐이다. 국민의 눈에는 수사권을 지키려는 쪽과 수사권을 가져오려는 쪽의 조직 이기주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검·경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힘겨루기와 ‘밥그릇 싸움’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상대 조직을 향한 불신이나 비난만 늘어놓지 말고, 차분하게 사실과 근거를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에서 누가 국민 권익 보호에 더 충실할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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