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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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거짓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 대통령(Liar in Chief)’으로 낙인찍어 보도한 표지가 인터넷에 공개돼 난리가 났다. 트럼프의 거짓말을 풍자한 가짜뉴스였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월 트럼프의 발언을 추적했더니 습관적으로 거짓말하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취임 2년간 8158건, 하루 평균 16건의 거짓말 혹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말을 했다고 한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 공모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결과가 나온 뒤 트럼프는 “게임 오버”라며 ‘완전 무죄’라고 했다. 그러나 특검은 증거를 찾지 못했지 무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정치인은 자기가 보고 싶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5월31일 청와대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했다. 언론과 학계, 정치권에서 연일 경고음을 냈지만 듣지 않았다. 버스노조의 파업 위협과 자영업자 폐업 사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등을 보고도 긍정적이라면 할 말이 없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거짓말 공방 수렁에 빠져있다. 유 이사장이 TV에 출연해 1980년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누구 붙잡는 데 필요한 정보, 비밀조직을 노출시키지 않고” 진술서를 쓴 솜씨를 자랑한 게 발단이다. 심 의원은 당시 진술서를 공개하면서 동료 77명의 목을 겨누는 수사 가이드라인이 됐다고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동료를 팔지 않았다”고 했지만, 심 의원은 그 진술서 때문에 구속됐다고 공격했다. 거짓말이 동료를 판 셈이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그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노회찬한테 돈 준 사실이 없다”며 “특검이 밑에 있는 애들을 풀어주겠다고 해서 허위로 진술한 것”이라고 했다. 노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드루킹이 “4600만원을 전달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사실이 알려져 불법 정치자금 수수 비난이 일자 자책한 것이다. 노 전 의원은 유서에서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았지만 청탁이나 대가를 약속한 바 없다”고 했다. 거짓말이 사람을 죽게도 한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