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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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빚더미 오른 자영업자 실상 제대로 보고 있나

자영업자들이 빚 무덤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금융대출 규모는 지난 3월 말 405조8000억원으로,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보다 9.6%, 40조1000억원이나 불어난 액수다. 빚의 규모도 크지만 고금리 대출이 급속히 불어난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금리가 비싼 상호금융·카드·저축은행·보험 등 제2 금융권 대출이 86조90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배로 늘었다.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 금융권으로 밀려난 결과다.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는 사태가 일기 시작했다. 지방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연체율은 7.75%까지 치솟았다. 위험선인 5%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권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은 0.75%로, 4년 만에 최고치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은 15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 부실의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그제 ‘가계·개인사업자대출 건전성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을 11%대로 묶고, 엄격한 대출 관리에 들어간다고 한다. 대출만 억제해 자영업자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과 반시장 정책에 따른 경기 악화 충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폐업도 줄을 잇고 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7만명이나 줄었다. 파산 한계선상을 넘나드는 자영업자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설문조사 결과, 33.6%는 지난 1년 새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77%는 매출이 작년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은 늘고 불황으로 매출은 감소한 결과 빚을 끌어들여 파산을 면하고 있는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고금리 대출은 그런 실상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수치다.

정부가 이런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는 자못 의문스럽다. 560만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다면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나와야 하지만 그런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아래 최저임금을 올려 되레 부담을 늘릴 뿐이다. 대출 규제로 빚의 증가를 막는다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해결되는가. 자영업자의 무더기 파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것이 자영업자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