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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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그래도 웃자!

사진을 보시라. ‘웃어요. 좋은 게 좋은 거죠.’ 물론 좋은 말이긴 하다. 그런데 이 사진이 붙어 있는 장소가 하필 병원 주사실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독감에 걸려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있는데, 벽에 쓰인 이 글귀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감기로 코가 막히고 엉덩이가 바늘에 찔리는 주사실에 이런 글귀가 붙어있을 게 뭐람.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처지에 웃으라니! 참 고약한 심보구나.’

 

병원에 나온 후에도 그 글귀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픈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행복이 아닐까.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기쁜 일이 생기면 누구든 웃을 수 있다. 그런 일에만 웃을 수 있다면 아마 우리의 행복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다. 인생에서 정말 미소가 번질 만한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부정적이거나 나쁜 일이 닥쳤을 때에도 너끈히 웃을 수 있다면 그의 입가엔 온종일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가 아들을 단련시킨 방식이 이런 ‘고난의 훈련법’이었다. 아버지 얼 우즈는 어린 아들이 라운딩을 하는 동안 온갖 방해 작전을 폈다. 크게 소리를 지르고, 시야를 가로막고, 아들 옆에 다른 골프공을 슬쩍 던지는 등 별의별 방법이 다 동원되었다. 우즈는 아버지의 행동에 신경을 쓰느라 처음엔 공을 잘 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샷을 날리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방해 작전은 그때 끝났다. 훗날 우즈는 비바람이나 악성 뉴스 등 어떤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골프 황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살다 보면 비바람이 치는 날도 있고, 주사바늘처럼 가슴을 콕콕 찌르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될 자격이 있다. 부디 남 탓을 하지 말라. '남 탓'이란 무인도에는 행복의 파랑새가 살지 않는다.

 

배연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