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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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따오기 날던 날…훼방꾼은 '옥에 티'

22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인근 야생적응훈련장에 있던 따오기들이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창녕=뉴시스

“저 드론 누구고? 드론 철수하라 케요.”

 

22일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따오기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우리나라에서 따오기가 자취를 감춘지 40년 만이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은 드론도 함께 날면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행사 전날까지 새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연방사’를 강조한 것과 달리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사람이 뒤에서 새를 야생적응훈련장 밖으로 내보내는 ‘유도방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따오기 방사 행사는 조명래 환경부장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취재진, 시민 등 약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방사장을 나선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우포늪에 미꾸라지를 풀어놓는 먹이주기 순서를 시작으로, 기념식수, 본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조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훈련장 앞에 나란히 서서 줄을 잡아당기자 방사장을 가린 대형 현수막이 내려가며 훈련장 폴딩도어(접이식 문)가 열렸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따오기 10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창녕=뉴시스】차용현 기자 = 환경부는 22일 오후 경남 창녕군 우포늪생태관에서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을 기념해 따오기 40마리를 야생 방사했다. 사진은 방사된 따오기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우포늪생태관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날아가고 있다. 2019.05.22. con@newsis.com

언뜻보면 순조로운 마무리다.

 

그러나 당초 설명과 달리 이날 10마리의 새들은 유도방사 방식으로 훈련장을 떠났다. 유도방사는 새들을 출입문 쪽에 대기시켰다가 문이 열리면 새 뒤에서 사람이 소리를 내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행사를 하는데 새들이 날아가지 않으면 낭패이니 방사 대상 새들(총 40마리) 가운데 일부를 유도방사했다”며 “나머지 30마리는 23일부터 연방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등 관련기관은 이번 행사 전날까지만 해도 연방사를 강조했다. 이는 훈련장의 출입문이 열리면 따오기가 야생과 훈련장을 오가다가 스스로 자연으로 나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새가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하도록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낮춰 방사 성공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군 우포 따오기사업소 측은 “연방사를 하게 되면 새들이 훈련장을 떠날 때까지 두 달 이상도 걸릴 수 있다”며 “행사 당일에는 주변에 사람도 많고, 새들이 긴장을 하면 뒤쪽으로 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도방사를 했다”고 말했다.

【창녕=뉴시스】차용현 기자 = 환경부는 22일 오후 경남 창녕군 우포늪생태관에서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을 기념해 따오기 40마리를 야생 방사했다. 사진은 방사된 따오기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우포늪생태관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날아가고 있다. 2019.05.22. con@newsis.com

또,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장 출입문이 열리면 참가자들은 문 옆으로 물러나 조용히 대기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드론 여러 대가 따오기 주변에서 함께 날아 여기저기서 “드론 내리세요”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따오기사업소 관계자는 “드론이 있으면 새가 충돌해 다치거나 잘 안 날 수가 있어 띄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는데도 그렇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