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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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더위에 푹푹 … 올여름 냉방비는 또 얼마나 나올까

기상청, 6∼8월 날씨 전망/ 티베트 고기압 더딘 발달 영향/ 작년 만큼 더울 가능성 낮지만/ 대기정체 ‘블로킹’ 현상이 복병/ 평년과 기온 비슷하거나 높아/ 국지성 호우 자주 쏟아질 수도/ 서울·경기 등 24일 폭염주의보
달아오른 도심 전국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기록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앞 도로 위에 아지랑이가 피어 있다. 하상윤 기자

올여름도 만만찮은 무더위가 예고됐다. 6월도 되기 전에 찾아온 폭염(33도 이상)만 봐도 심상치 않다. 다만, 지난해처럼 살인적인 더위는 아닐 것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6∼8월)’에서 올여름 기온은 평년(1981∼2010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확률로 따지면 평년보다 덜 더울 확률은 20%뿐이고, 비슷하거나 더 더울 확률은 각각 40%씩이다.

 

사실 우리나라 여름 날씨에 영향을 주는 기압계로만 보면 기온을 낮출 요인이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열돔(heat-dome)에 가둔 티베트 고기압이 더디게 발달 중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이 고기압은 티베트 고원의 눈이 녹아 지표가 열을 받으면 만들어지는데 올해 티베트 고원에는 지난달까지 평소보다 많은 눈이 쌓여 있다가 최근 들어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이 때문에 초여름 티베트 고기압이 주로 저위도 지역에서만 발달하고, 덩달아 상층 제트기류도 남쪽으로 처지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름철 중·후반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지만, 이따금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잦은 비도 기온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여름철 강수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지만, 국지성 호우 가능성이 크다. 이따금 상층 한기가 내려와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강한 소낙성 강수가 군데군데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열돔 때문에 비가 거의 내리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국지적으로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을 전망한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이후 우리나라 여름 기온은 줄곧 평년보다 0.1∼1.8도 높았다.

폭염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24일 오전 11시부터 서울과 경기내륙, 강원영서, 경북 등에 폭염주의보를 발효한다고 전했다. 폭염특보제가 5월로 확대된 2015년 이후 서울에 5월 폭염특보가 내려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기상청 여름철 전망의 복병이 있다면 ‘블로킹’ 현상이다. 블로킹은 대기가 동맥경화에 걸린 것처럼 흘러가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를 말한다. 몇달째 베링해(러시아∼미국 사이 북태평양)의 수온은 평년보다 높다. 이 경우 커다란 고기압이 장벽처럼 버티는 블로킹이 나타나기 쉽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 이 블로킹이 상층 한기를 가져와 더위를 식히고 비를 뿌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버금가게 더웠던 2016년에는 중국발 열파가 이 블로킹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쌓였다. 같은 블로킹이라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장마는 평년보다 늦게 시작하고 주로 남부 지역에 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태풍은 평년과 비슷하게 1~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