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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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담배와의 전쟁’은 진행형

담배만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흔한 일이었지만, 이제 실내 금연은 상식이다. 담배를 둘러싼 변화는 통계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계속 감소하여 작년 38.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직장 내 간접흡연율은 2007년 46%에서 2017년 12.7%로, 청소년 흡연율은 2007년 13.3%에서 2017년 6.4%로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이제 담배 연기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된 것일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32.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터키, 라트비아, 그리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청소년·청년층을 겨냥한 신종담배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최근 2년간 청소년 흡연율은 6.3%에서 6.7%로 증가하는 등 금연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흡연은 암, 심장질환, 뇌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전체 암 발생의 30%, 폐암의 90%는 흡연과 관련되어 있다. 이에 정부는 5월 21일에 담배 없는 미래 세대를 위한 ‘담배 종결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우선 흡연 조장 환경을 근절해 청소년·청년시기 흡연 시작을 적극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담뱃갑 경고그림 및 문구의 면적 비중을 현재 50%에서 75%까지 확대하고, 담배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무광고 표준담뱃갑(Plain Packaging) 제도를 2022년 도입할 계획이다. 무광고 표준담뱃갑을 시행 중인 호주의 경우, 도입 후 흡연율이 2.3%포인트 감소하였다.

민간이 참여하는 자율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담배광고를 사전 심의하고, 흡연 장면 노출 영상물에는 금연광고나 경고문구를 자막 처리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으로 적발된 사람이 금연교육을 받으면 과태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담배연기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간접흡연 방지도 중요하다. 현재 공공기관, 음식점, 실내 체육시설 등은 금연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앞으로 실내 금연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에는 실내 완전금연을 실시한다. 또한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보행자와 분리된 장소에 실외 흡연가능구역을 전국 1만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가 유행하고 있다. 기존 법령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전자담배에 대한 대응책도 다각적으로 펼쳐나가겠다. 담배 맛을 향상하는 가향물질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현행법상 담배는 아니지만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함유제품을 담배에 포함시켜 관리를 강화할 것이다. 전자담배 흡연 시 사용하는 ‘흡연전용기구’도 광고·판촉행위를 금지하고,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담배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5월 31일, 오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담배의 해로움과 금연의 필요성을 다시금 되새기자는 의미로 지정된 날이다. 담배는 한번 시작하면 중독성 때문에 끊기가 매우 어렵다. 금연을 개인의 의지와 책임으로 미루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주변 사람의 금연을 응원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도 금연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