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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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상환 학자금’ 체납률 4년래 최고

2018년, 9.7%… 200억원 넘어 / 청년들 안정적 일자리 못얻어

33살 A(여)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대학과 대학원 공부를 마쳤다. 졸업과 함께 대출금을 상환하기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A씨는 계약직과 단기 일자리,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했다. 일하지 않는 기간에는 대출금을 체납하는 경우도 많았다. 졸업한 지 5년이 지났지만, A씨는 여전히 2000만원에 가까운 대출금이 남은 상태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ICL)의 미상환 체납액이 200억원을 넘어섰고, 체납률도 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ICL 상환 대상자는 18만4975명이며, 이들이 빌린 학자금은 모두 21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9배, 5배 늘어난 규모다.

ICL은 한국장학재단이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취업 등으로 소득이 생기면 의무적으로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제도다. 국세청이 소득에 따른 의무 상환과 장기 미상환자 관리 등을 맡고 있다.

국세청은 학자금 대출자들로부터 연간 소득액 가운데 ‘상환 기준 소득’을 초과하는 금액의 20%(의무상환액)를 돌려받는다. 상환 의무가 발생했는데도 갚지 못한 체납 학자금은 더 큰 폭으로 불었다. 근로·사업소득을 거둬 의무상환액이 생겼지만, 소득이 여전히 너무 적거나 곧 퇴직해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다.

2018년 기준 체납액은 2017년보다 42% 많은 206억4000만원(1만7145명)에 달했다. 2014년(54억5800만원)의 3.8배 규모다. 이에 따라 체납률(9.69%)도 1년 만에 1.59%포인트 뛰었다. 이는 2014년(12.9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도별 체납률은 2014년 이후 2015년 8%, 2016년 7.29%로 떨어졌다가 2017년(8.1%)을 기점으로 2년 연속 다시 올라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학자금 체납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청년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