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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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발 n번방 선물” 공세에 입 연 曺, “신상공개 가능하다”

장관 시절 포토라인 폐지… SNS 통해 반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입을 굳게 다문 채 걸어가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한 여성 성착취 사건인 일명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정치권에 다시 소환됐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조 전 장관이 폐지한 ‘포토라인’ 때문에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공개가 어려워졌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의 신상공개는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해당 사건 피의자들의) 포토라인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2019년 10월 어떤 일’로 피의자의 포토라인 공개를 금지했다”며 조 전 장관을 겨눴다. 그는 “검찰이 누구를 수사하다가 압박을 받고 포토라인을 폐지했고, 이로 인해 수혜를 입은 가족은 누구의 가족인가”라며 “그때 포토라인 공개 폐지가 수사기관 개혁이라고 주장했던 분들은 n번방 사건과 ‘그 사람’은 다르다고 하겠지만, 인권은 천부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사람을 가려서 포토라인에 세우면, 당신들이 말하는 수사준칙은 인권수사가 아니라 특권수사”라고도 비판했다.

 

같은 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원석 상근대변인은 논평을 내 “통합당은 n번방 사건에 공분하며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박사’와 ‘갓갓’ 등을 엄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n번방 용의자의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포토라인 금지의 수혜자 제1호가 조국 전 장관이기 때문”이라며 “죄 없는 여성들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들이 조국이 만들어낸 왜곡된 특혜에 기대 잊힐 경우 제2·제3의 n번방 가해자들은 영원한 면죄부를 받는 셈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국발(發) n번방 선물’과 다를 바 없는 포토라인 금지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20일 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비판에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근거 법률은 이하 2개”라며 “n번방 사건은 성폭력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피의자들의 신상공개가) 가능함”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제시한 성폭력특례법 조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이처럼 법적근거를 제시한 건 자신을 향한 공세에 반박하기 위한 행위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은 이날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등 n번방 사건 관련 게시물을 연이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이 장관으로 있던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은 포토라인 설치 등 피의자 공개소환 관련 절차를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은 조 전 장관은 물론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 역시 단 한번도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지난 16일 n번방과 유사한 ‘박사방’을 운영해온 20대 조모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조씨는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 수십 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고, 이를 유포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11시 현재 244만명 넘는 인원이 참여해 국민청원 역대 최다 참여인원을 기록 중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