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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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힘들게 하지마 좀” 대구시장이 실신 전 이진련 의원에 한 말

“이게 정치하는 거야?” 계단 내려가다 휘청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뉴시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생계비 지원 시점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진련(비례) 대구시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쓰러진 것과 관련, 이 의원은 자신은 단순히 질의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러한 한바탕 소동에도 대구시가 긴급생계비를 총선 이후 지급하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질의했을 뿐인데’로 시작하는 기사를 링크하고 “이렇습니다…”라고 적었다. 권 시장은 전날 오후 2시 코로나19 관련 예산안 처리를 위해 대구시의회 제273회 임시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이 긴급생계비 관련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으나 의장이 사전 신청하지 않았다며 불허했다. 

 

오후 3시30분쯤 임시회가 끝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던 권 시장에게 이 의원이 다가가 질문을 하며 설전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사람들이 납득이 안되니까 근거를 좀 주시면…”이라며 긴급 생계자금을 왜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지 물었다. 권 시장은 “이게 정치하는 거야? 제발 힘들게 하지마 좀”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인 후 본회의장 문을 빠져나갔다.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뉴시스

이 의원이 원래 자리에서 “이거 하나만 답해주시면 된다”고 재차 질의하자 권 시장은 나가던 몸을 돌려 “이진련 의원 하나 때문에… 저기 이진련 의원이 좋아하는 박원순 시장님이나 이재명 지사는 왜 현금으로 못 드리는지 물어봐요. 거기 가서 물어봐. 자꾸 그렇게 질문을 하면…”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권 시장 뒤에서 “저는 권영진 시장님도 존중하고, 존경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후 권 시장은 본회의장 계단을 내려오다 ‘어지럽다’며 갑자기 몸을 휘청였다. 권 시장은 공무원의 등에 업혀 시청 시장실에 옮겨진 뒤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치료 후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제가 사람이 부족해서 그렇다. 몸도 거의 한계에 와 있다”며 “34~35일째 야전침대에서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이해해 달라”며 전날 임시회 장을 말없이 떠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경북대병원은 26일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된 권 시장에 대해 “내원 당시 권 시장은 피로 누적으로 인한 구토, 어지럼증, 흉통, 저혈압, 안구진탕 등의 증세가 있었다”며 “권 시장은 당분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며 “신경과 및 심장내과 진료, 정밀검진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