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4년전 ‘1번 박경미, 2번 김종인’ 민주당 비례 논란 재조명

“약하다” 지적 속 비례 1번 받은 박경미, 낙선 후 靑비서관 변신 / ‘셀프공천’ 논란 딛고 비례 2번 받은 김종인은 야당 구원투수로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단행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서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2명이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지 이틀 만에 문재인 대통령 참모진으로 옮긴 박경미 신임 청와대 교육비서관, 그리고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위기에 처한 통합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종인 위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1번 박경미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는 모습. 뉴시스

31일 청와대 교육비서관에 임명된 박 비서관은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1번이었다. 홍익대 교수인 수학자, 방송 진행자로 제법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긴 했으나 선거에서 당시만 해도 제1야당이던 민주당의 ‘간판’ 노릇을 할 비례 1번으로는 적합치 않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가 교수 시절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도 한몫 했지만 그보다는 ‘정치 혁신이란 측면에서 상징성이 떨어지고 여성계 대표성도 약하다’는 취지에서였다

 

청와대 교육비서관에 임명된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도대체 왜 박 교수가 비례 1번이냐”라는 질문이 잇따르자 홍창선 당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아이들 수학에 힘들어 하고 알파고에 수학도 중요하지 않으냐”고 군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당시 인공지능(AI) 알파고 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화제가 된 직후라 ‘수학’의 중요성 때문에 수학자를 비례 1번에 배치했다는 논리다.

 

사실 박 비서관이 민주당 비례 1번이 된 것을 두고 공관위원들 사이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그만큼 민주당이 비례 1번 선정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박 비서관의 민주당 비례대표 1순위 배치보다 더 논란을 일으킨 이가 다름아닌 김종인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는데 자기 자신을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순위 2번에 배정한 것이다. 당장 ‘셀프공천’ 논란이 일었고 당내에서 “1번 박경미, 2번 김종인 이런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앞세워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한 공천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국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 원내 1당이 돼 정권교체를 위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토록 애써 국회의원이 된 김 위원장은 이후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문재인 현 대통령 측과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20대 국회 입성 후 1년도 채 안 된 2017년 3월 의원직을 스스로 내던졌다. 그리고 아예 당을 바꿔 지난 4·15총선 당시 통합당 선대위원장을 지낸 데 이어 이번엔 선거 패배로 ‘초상집’ 분위기가 된 통합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가운데 민주당 비례 1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박 비서관은 4·15총선에선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 도전했으나 통합당 박성중 의원에게 져 21대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 꼭 4년 전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엄청난 논란의 당사자였던 두 사람이 이제 대통령 비서관과 그 반대 정당의 임시 지도자로 입장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