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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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문 다시 좁아지고 학원 문 닫고… 취준생 ‘울고 싶어라’

상장사 530곳 하반기 신입 채용
57%만 계획… 2019년比 9.6%P 감소
모집 인원도 3분의 1가량 줄어

필기 응시자 중 확진자까지 발생
기업 면접 축소·서류합격 확 줄여
자격증 준비생 ‘시험 연기’ 불안감
고시원살이 학생 ‘눈물의 귀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채용 공고가 전멸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이제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는데 다시 심각해지니 또 씨가 마를까 걱정부터 됩니다.”

취업준비생 임모(27)씨는 확산세가 주춤했던 사이 열린 공개채용에 지원해 서류와 필기 단계를 거쳐 면접 단계까지 올라간 회사에서 최근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씨는 “다음 공채가 또 열리기는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서류 합격 인원이 대폭 줄어들어 1만자짜리 자기소개서를 써도 필기시험 기회 한번 주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류 단계에서 1만자 분량에 영상 자기소개서까지 요구한 회사는 지난해까지 직군당 200∼300명 정도가 필기시험을 쳤는데, 올해는 서류 통과자를 20명 정도로 대폭 줄였다.

상반기부터 계속된 경기 침체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쳐 취업문이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하반기 채용이 연기되거나 규모가 줄어들까봐,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땅히 공부할 공간이 없어서, 혹시라도 고사장에서 감염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상장사 530곳이 밝힌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은 57.2%로 지난해 66.8%보다 9.6%포인트 줄었고, 예상 채용 규모도 3분의 1가량 급감했다.

 

도로교통공단, 한국중부발전 등도 지난 주말 치르기로 했던 공개채용 필기시험 일정을 9월 이후로 잠정 연기하거나 임시방편으로 면접을 취소한 회사도 다수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예정대로 시험을 진행할 계획인 회사들도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다.

한국은행 등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금융공기업 4곳은 다음 달 12일 필기시험을 치를 예정이지만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시험 연기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 15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 응시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감염 우려도 커졌다.

금융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모(27)씨는 “주택금융공사 시험이 있던 날 다른 금융공기업 시험을 봤는데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찔했다”면서 “어쨌든 취업해야 하는데…. 다시 시험이 미뤄질까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도 문을 닫았고, 카페 등 실내 공간에 모여 공부를 하는 스터디 모임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지난 3월 퇴사 후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윤모(29)씨는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기도 어렵고, 재개방한 구립도서관도 다시 문을 닫아 어디서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시험 자체가 연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심신이 지친다”고 토로했다.

또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대형학원이 문을 닫고, 일반 학원도 수강생을 줄이는 등 학원을 이용해 온 취업준비생들도 타격이 크다. 법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민모(27)씨는 “토익 만점이 절실한 상황이라 학원에 다니며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심각하게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학원에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에 살면서 새벽까지 공부하던 친구가 울면서 집에 내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간절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송모(28)씨도 “문을 연 학원도 코로나19로 수강생 제한이 생겨 필요할 때 듣는 취업 관련 강의도 마음 편히 듣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 대한 사회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두나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은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을 위한 여러 제도가 있지만 기간이나 중복 수혜 문제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많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버텨왔던 청년들의 불안감과 무력함이 확연히 드러나는 시기이므로 청년들의 심리적 지원도 병행돼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