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단독] LG화학 ‘배터리 물적분할’ 사전 유출 정황

분사 결정 발표 전날 정보 나돌아
거래소, 이상거래 여부 분석 착수
LG화학 “있을 수 없는 일” 일축

LG화학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전지사업 분사를 확정했다.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G화학은 17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전문사업 분야로의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분사 대상은 자동차용 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용 전지, 소형 전지 부문이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의 매출을 2024년 기준 3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법인의 IPO(기업공개) 시기에 대해서는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며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경쟁력, 관련 시장 전망 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청와대 게시판에까지 몰려가는 등 회사 측 결정을 성토하고 있다. LG화학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하면서 주주들은 새 회사 지분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 투매가 쏟아지면서 LG화학은 전거래일보다 6.11% 떨어졌다. 물적분할 얘기가 나온 전날 하락분(-5.37%)까지 포함해 이틀간 11.16%나 급락했다.

증권시장에서는 물적분할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LG화학 측은 최소 16일 이전에 일부 애널리스트와 일부 협력사 등에 ‘17일 물적분할 공시’ 사실을 미리 전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확인해 주면서 “업계 관례”라고 주장했다.

이 정보를 주식거래에 활용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 등에서는 사전 유출된 정보가 시세차익, 손실회피 등 행위로 이어져야 조사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조사하기 전까지는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거래소는 이상거래 정황에 대해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며 “종합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미확정인 공시 사안을 알려줄 이유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조현일·이정우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