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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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책임진다”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항소심서 ‘선처 호소’ 눈물

사건 당시 최모씨 모습. 유튜브 캡처

고의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에 사고를 내고 막아 세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택시 운전기사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사고 당시 “(환자가) 죽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택시기사는 항소심에서 울먹이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춘호) 심리로 열린 최모(32)씨의 결심 공판에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바탕으로 볼 때 피고인 죄질이 불량하다”며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8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분간 앞을 막아선 혐의를 받고 있다. 환자 유족은 최씨의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했고 이로 인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는 앞서 2015∼2019년에도 총 6차례에 걸쳐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2000여만원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씨는 이날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운전 일을 하면서 길러진 잘못된 습관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편협하고 성질을 죽이지 못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 죗값을 치르고 깊이 반성해 사회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모든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행 경과와 관련해 언론 보도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정신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한 성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환자 유족이 최씨를 살인 등 9개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유족 측은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최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 오전 열린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