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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면 홍대는 술판”… '5인 집합금지' 100일 [밀착취재]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번화가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구현모 기자

“밤 10시만 되면 거리가 술판이에요.”

 

지난 31일 오후 10시 서울 홍대의 번화가. 인근의 식당과 술집은 정부 방역수칙에 따라 불을 끄고 셔터를 내렸다. 그러자 거리에는 술병을 든 청년과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주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가게 문을 닫자 거리에 자리를 펴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었다. 공원과 놀이터 등 곳곳에서 벌어진 술판에는 족히 수백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순찰차가 경고음을 울리며 지나자 상당수가 자리를 치웠지만, 이내 술판이 계속됐다. 일부는 폐업한 술집의 창을 깨고 들어가 술을 마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39)씨는 “가게 안은 장사를 못해서 말라가는데, 밖은 무법천지”라며 “이런 술판이 매일 밤 반복된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마포구청 관계자도 “당직을 서는 직원들이 현장을 돌고 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면 사실상 통제가 어려워 계도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1일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강경책이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은 말뿐인 방역수칙으로 전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방역수칙을 서둘러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1일 오후 10시 서울 이태원에서도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일대의 술집에는 외국인들이 5인 이상으로 무리지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의 골목에서도 5인 이상이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를 하는 무리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실제 이태원의 파출소에는 이런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신고가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심야시간대의 방역수칙만 방만해진 것이 아니다. 취재진이 서울 시내 유명 식당이나 카페에 5인 이상이 취식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대부분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식당들은 ‘쪼개기 수법으로 취식이 가능하다’고 했고, 일부에선 ‘5인 이상이 앉아도 신고하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다’는 곳도 있었다. 정부서울청사 인근의 한 카페는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서로 안지키기 때문에 꼼수라고 할 것도 없다”며 “공무원들도 손님으로 많이 오지만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직장인 A(26)씨는 “한달에 두번정도 회식을 하는데, 12명 정도가 함께한 적도 있다”며 “4명씩 쪼개앉기를 하지만, 술을 마시다 보면 5∼6명씩 앉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형평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방역수칙을 두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자영업자는 “인접한 청계천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식당 안에는 사람이 없다”며 “기준을 알 수 없는 방역수칙때문에 엄한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술집을 하는 김모(38)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자다가도 악 소리가 날 지경”이라며 “집합금지를 해도 하루 확진자가 400명씩 나오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100일째 이어진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더이상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 초기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며 “지금 상황에선 인원수를 제한하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 방역수칙을 얼마나 지키는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구현모·이지안·이정한·조희연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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