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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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국제사회 지탄받을 범죄행위다

“삼중수소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
농도 규제하는 국제법 악용 ‘꼼수’
안전성 담보 없이 일방적 결정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보관돼있는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일본이 어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125만t의 해양 방출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내년 10월쯤 포화상태에 이르는 오염수의 안전성 논란은 진행 중이다. ‘처리수’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핵종을 제거·희석해 방출하겠다지만 믿기 어렵다. 도쿄전력이 2018년 정화작업을 끝낸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이 대거 남아 있는 게 드러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체 내에서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삼중수소다. 물 속에서 제거하기 힘든데도 일본은 바닷물로 희석해 국제기준치의 40분의 1로 농도를 낮추겠다고 한다. 오염수 해양 배출 시 총량 대신 농도로만 규제하는 국제법을 악용한 꼼수다. 7월 도쿄올림픽 등을 앞두고 골칫거리를 없애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40년에 걸친 방류가 2년 후부터 이뤄지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8개월 내에 한반도 일대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정부는 어제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일본의 조치를 강력히 규탄하고 “오염수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우려를 전달하고 안전성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요청하겠다고 했다. 신속히 행동에 나서야 할 긴급한 현안이다.

일본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를 덮는 데 급급한 태도로 일관한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중국을 포함해 인접 국가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말뿐이다.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발표하면서 자국 어민 피해는 도쿄전력이 배상하기로 했지만 한국 등 주변국은 외면했다. 여전히 주변국에 제한적 정보만 제공하고, IAEA 모니터링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걸 꺼리고 있다.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인류의 건강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5년이어서 저장기간만 늘려도 독성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원전 폐로 일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저장탱크를 대폭 증설해 위험성을 낮추는 게 우선 과제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해양 방출이라는 쉬운 방법을 밀어붙이는 건 명예와 실리 모두 잃는 자충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해양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안전성이 담보된 후 방류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