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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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임기 1년’ 오세훈, 조급함 경계령

내년 선거전 성과 내기 매몰 금물… 미래 방향성 보여줘야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선거 슬로건은 빈말이 아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1주일 동안 내놓은 발언과 행보는 4·7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다독이는 것이었다. 당선 직후 코로나19와 경제난 등 산적한 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에 하나씩 해결하겠다”고 밝힌 오 시장은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 설치, ‘스피드 주택 공급’을 위한 방안 등을 지시했다.

한국 ‘넘버2 선출직’으로서의 존재감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해 간이 진단키트 도입과 아파트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둘 다 정부의 뼈 아픈 지점이다. 정부 때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인 서울시의회, 구청장들과 만나 원활한 시정을 위한 초당적 소통과 협력을 요청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그런데 오 시장이 너무 조바심을 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 혼선 논란에 휩싸인 ‘서울형 거리두기’ 검토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일률적인 영업시간 제한 수칙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영업시간을 1∼2시간 더 연장하는 게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선거 전 서울시와 자치구가 마련한 5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재난지원금의 구체화가 더 국민들에게 와닿지 않았을까.

오 시장이 애초 자가진단키트로 소개한 간이 진단키트도 설익었다는 평가다. 빠른 검사 결과만 내세웠지, 어느 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누가 판정을 내릴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처음 시범 도입 대상으로 예를 든 노래방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자 오 시장은 학교, 종교시설, 식당 등으로 말을 바꿨다. 그런데 수백만명이 매일 아침 콧구멍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는 게 과연 코로나19 조기 발견이나 효과 측면에서 도움이 될까 싶다.

오 시장의 조급함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시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 지방선거 직전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까닭에 국민들에게 보수정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색깔을 뚜렷하게 각인시켜야 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그러려면 현 정부, 이전 시장과의 정책 차별화는 필수다. 후보 시절 박원순 전 시장 정책의 75%가량을 폐기·수정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결이 다른 방역·부동산 대책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문재인정부 실정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은 아무리 한 해 예산 40조원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서울시장일지라도 보궐선거, 야당 소속 단체장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예컨대 오 시장은 72%라는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20대 남성을 위해 청년 취업사관학교, 월세지원 확대 등의 공약을 실행하려 애쓰겠지만 결국 최고의 정책 결과물은 일자리 창출일 수밖에 없고, 이는 서울시장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 국토교통부의 협력 없이는 36만가구는커녕 1만가구 공급하기도 버겁다.

어려운 시기 서울시를 이끌게 된 시장으로서 더 나은 서울을 향한 진정성과 방향성만 보여주면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반여(反與)가 아닌 용여(用與)이고, 대립이 아닌 협치다. 국민의힘도 오 시장을 구심점 삼아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애초 보수정당의 유권자 소구 지점은 합리성과 따뜻함이 아니었던가. 국민의당과의 공동운영도 이런 맥락에서 화학적 시너지를 냈으면 한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