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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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보다 변동성 커”… 알트코인에 눈돌린 ‘코린이들’

대박꿈 좇아 ‘묻지마 투자’ 극성
하루에도 시세 50%씩 급등락
상승·하락 요인 대신 ‘운빨’ 맡겨
투자과열 ‘김치프리미엄’ 20%
손실보고 우는 투자자들 늘어
비트코인 8184만원 최고가 경신
#. 경기도에 거주하는 강모(34)씨는 최근 알트코인으로 분류되는 그로스톨코인을 1000만원어치 구입했다. 그로스톨코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언젠가 폭등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거액을 투자했다. 강씨의 바람대로 그로스톨코인은 지난 9일 하루 만에 1340원에서 3095원으로 배 이상 폭등했다.

#. 부산에 거주하는 윤모(32)씨는 이달 초 알트코인 던프로토콜을 600만원어치 샀다가 반 토막이 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윤씨가 이 알트코인을 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시세가 이유 없이 급락하고 있어 급등하면 큰 차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에 베팅한 것이다.

최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를 뜻하는 용어)의 변동성이 심상치 않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루에도 시세가 100% 넘게 급등하는 가상화폐가 있고, 반대로 50% 넘게 급락하는 알트코인도 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이름도 생소한 알트코인에 단기성 매매로 뛰어드는 것은 높은 변동성 구간에서 큰 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이를 반영하듯 비트코인의 국내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올해 1월 50만2402개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거래량이 29만8551개로 줄었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은 올해 1월 33만1272개 거래됐지만, 지난달 19만6530개로 감소했다. 반면 알트코인 중 하나인 도지코인 거래량은 지난달 180억1340만개에서 이달 500억730만개로 폭증했다. 알트코인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시세가 글로벌 가격보다 더 높게 책정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가상화폐마다 5~20% 수준까지 커졌다.

알트코인에 ‘묻지마 투자’가 늘어나면서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알트코인 투자자 상당수는 가상화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뛰어든 사례가 많다.

그나마 가상화폐 시총 2위이자 블록체인 기반의 이더리움이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전에서 승세로 접어든 리플의 경우 상승의 이유를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다른 알트코인은 상승이나 하락의 원인을 찾기조차 어렵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방법은 거래량이 많은 가상화폐를 일단 사서, 급등하길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잡코인’이라는 악명도 붙는 알트코인들은 거래소에 올라오는 공시 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다, 잘못된 정보를 보고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봤을 때 보호해줄 장치도 없어 투자자 스스로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 알트코인 중 시린토큰이 거래중단됐고, 코르텍스와 바이텀, 바이버레이트 등 일부 가상화폐도 거래 중단이 예고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치 프리미엄의 경우 투자 과열에 의해 발생한 현상으로, 가격이 올라갈 때는 문제가 안 되지만 가격 조정이 왔을 때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현 상황보다 김치 프리미엄이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때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8184만1000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