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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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비서관 특혜 수주 의혹, 이해충돌방지법 더 절실해져

성일종 소위원장 주재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안 관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정무위원회는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조만간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직무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는 법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것은 2013년이다. 그 후 8년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법 제정 논의만 무성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제서야 비로소 입법 절차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등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도록 했다. 법 적용대상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지방의회 의원 등 약 190만명이다.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은 제외됐다. 4월 국회에서 법이 제정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나 특혜 수주와 같은 일은 쉽게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법 제정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법 적용 대상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 의지다. 이 법은 공직자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어제 불거진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의 특혜 수주 의혹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전 비서관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간부로 근무하면서 과거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 비서관이 2004년 설립한 T사는 2014∼2018년 전 비서관이 서울시 혁신비서관을 지내는 동안 총 51억원 규모의 서울시 사업 12건을 수주했다. 전 비서관이 서울시에 근무하기 전에는 T사의 수주 실적이 고작 3건이었고 사업 규모도 800만∼4000만원대에 불과했다.

2014∼2015년 업체 선정 평가위원들이 전 비서관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 전 비서관 소관부서가 직접 T사에 사업을 발주한 점 등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근거다. 오죽하면 2016년 서울시 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질타를 했겠는가. 의혹이 제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김진국 민정수석에게 이 사건에 대한 감찰과 함께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시도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문 대통령은 전 비서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