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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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 수급 잇단 차질… 대통령부터 현실 직시해야

얀센 혈전 논란에 불안감 확산
모더나·노바백스 등은 공급 늦춰
접종대책 수정·플랜B 마련 시급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증 가능성 탓에 30세 미만이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데 이어 상반기 중 600만명분을 들여올 예정이던 얀센 백신에도 문제가 생겼다. 미국 보건당국은 13일 “얀센 백신 접종자 중 6명에게서 뇌정맥동혈전증 같은 희소 혈전 사례가 보고됐다”면서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노바백스 백신(2000만명분)과 모더나 백신(2000만명분)도 각각 원료 부족과 ‘미국 우선 공급’ 원칙 탓에 상반기 수급이 난관에 부닥쳤다. 노바백스는 미 식품의약국(FDA) 등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실정이다.

대체 백신이 없어 11월 집단면역 형성 계획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영국 등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집단면역 형성을 앞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K방역의 성과에 취해 백신 도입을 소홀히 한 정부의 자만과 방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혈전 논란이 확산되면서 학교·돌봄 종사자의 접종 동의율이 70%에 그치는 등 백신 거부자가 급증해 우려를 낳는다. 백신 접종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 상황에서 접종 동의율까지 낮아지면 일상 회복은 요원해진다. 철저한 이상반응 모니터링과 신속한 치료로 백신 불안감 확산을 막아야 할 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31명으로 늘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숨은 감염자’도 30%에 육박한다. 전국적으로 산발적 집단감염이 잇따른다. 서울에서는 도봉구 한방병원, 서초구 음악교습소 등을 고리로 새로운 감염 사례가 나왔고 부산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는 418명까지 늘었다. 4차 유행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미루고 있다. “확산을 억제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다음 주까지 확진자가 2000명대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속히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입장과 배치된다. 정부는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핀셋 방역’을 고집하다 4차 유행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유념해 백신접종·생활방역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부터 자제해야 한다. AZ와 얀센 백신 사례가 보여주듯 언제, 어떤 돌발변수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만큼 유사시에 대비한 플랜B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