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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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잘린 몸통·피 묻은 옷…강남 대모산 등산로에 등장한 마네킹 40개 무슨 일?

KBS 방송화면 캡처

 

“바로 앞에 학교도 있는데…”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 대모산 등산로에 세워진 마네킹이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모산 둘레길 주변에는 대나무를 줄지어 경계가 만들어져 있는 가운데 다소 섬뜩한 모습의 마네킹들이 매달려 있다. 목만 잘려 있거나 피처럼 붉은 액체가 묻어 있는 모습,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한복을 입고 있는 등 얼핏 보면 기이하면서도 스산한 느낌을 주는 마네킹들은 40여개에 달한다.

 

이곳을 지나치는 등산객들은 대체로 “흉물스럽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이 주변에는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미관상 좋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왜 등산로에 마네킹이 등장하게 됐을까.

 

해당 임야의 주인인 정 모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유지인데 서울 둘레길이라고 이 땅에 표시해놨다. 그래서 경계를 알려주려고 가져다 놓은 것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흉물스럽다는 주민들의 민원제기에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한테 우리가 불편한데 '왜 이런 행위를 하느냐고' 저한테 얘기하면 안 된다. 저는 지금 1인 시위를 하는 거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8년 전 10억 주고 대모산 임야를 매입했다. 그러나 오른쪽 대모산 공원 입구 쪽은 보상이 됐지만 정 씨의 땅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정 씨가 사놓은 땅은 현재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돼 개발 제한으로 묶여있다. 개발 제한이 풀리지 않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마네킹을 세워놓은 것이다. 정 씨는 이 땅이 서울시에서 매입할 것이라는 소식에 매입을 했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강남에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사봤자 5평, 1평밖에 안 되지 않나. 우리는 강남땅 2만평을 샀다. 거기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포기해야 한다면 합리적인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마네킹 시위에 대해 강남구청 측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49조에 근거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 씨에게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사유지이기에 강제 철거 등 어떠한 조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