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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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삶과철학] 내로남불

인터넷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보면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다. 더 문제는 그런 혐오가 잘못이라는 것을 설득하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것으로 자신의 혐오가 정당함을 확신하고 있는데 그것을 추상적인 이론으로 옳지 않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 좋은 설득 방법은 ‘유비 논증’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비 논증은 비교 대상들끼리 몇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토대로 다른 점에서도 비슷하리라고 추론하는 논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기에 분개한다. 외국인을 혐오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당신이 미국의 아시아인 혐오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외국인 혐오도 옳지 않다고 설득하는 것이 유비 논증이다. 미국의 아시아인 혐오와 우리나라의 외국인 혐오가 모두 외국인 대상이라는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토대로, 한쪽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쪽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추론을 하는 것이다.

유비 논증을 반박하는 방법은 비교 대상이 겉보기에만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 이상 유비 논증은 설득력이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그 차이점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나한테 불리한 것은 반대하고 유리한 것만 받아들인다면, 시쳇말로 ‘내로남불’이라면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다. 똑같은 것을 똑같게 대하는 일관성은 합리적인 토론이나 지적인 담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의견이나 취향이 다른 사람과는 토론이나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일관적이지 못한 사람과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런 사람은 위협이나 풍자 등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