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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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청년이 잠들면 나라는 썩는다

정치 본질은 ‘아들딸 지키는 희생’
돈 살포에 암흑으로 변하는 미래
청년들은 깨어나 586 집권세력의
‘나랏빚 키우는 정치’에 항거해야

고구려 보장왕 4년(645년) 4월 당 태종 이세민이 쳐들어왔다. 요동벌이 먼지로 덮인 그날, 항전은 시작됐다. 8000명이 함몰당한 비사성 싸움, 4만 고구려 원병이 달려간 신성 싸움, 사투 끝에 1만명이 숨진 요동성 싸움…. 고구려는 꺾이지 않았다. 안시성으로 달려간 15만명의 원군. 그들은 항복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끝머리를 장식한 것은 안시성에서의 승리다.

전쟁. 전장에 선 병사의 목숨은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다. 황천길이 발아래에 있다. 그런 운명을 알면서도 창칼을 뽑아들고 돌진한다.

강호원 논설위원

왜 목숨을 바친 걸까. 그에 관해 수많은 말이 오갔을 터이지만 고구려인의 말은 남아 있지 않다. 왜? 고대의 역사 기록이 사라졌으니. 삼국사기에 남은 글은 중국 ‘구당서’와 ‘신당서’를 옮겨 놓은 것일 뿐이다. 몸을 사르고자 했다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그 답은 ‘일리아스’에 나온다. 트로이성의 방패와 같은 존재 헥토르의 죽음. 성은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설움을 토하며 한 말, “당신이 가고 말았으니, 이제 누가 우리의 어린아이들과 부인들을 지키리까. 아이들은 끌려가 악마 같은 주인의 채찍을 맞고….”

파멸. 몸을 사르는 이유는 바로 가족과 아들딸의 파멸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기에 절망의 시대에는 위대한 희생이 존재한다.

다시 묻게 된다. 정치란 무엇일까.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에서는 정치도 전쟁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부족이든 국가든, 현재와 미래의 집단 생존을 도모하는 노력. 그것이 본질이다. 그러기에 그 궤도를 이탈한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는 무대에서 끌려 내려와 파국적인 종말을 맞는다. 혁명에 의해서든, 투표에 의해서든.

지금 우리의 정치는 어떨까. 잿빛이 번진다. 현재도, 미래도 암울케 하는 잿빛.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한 철학자는 이런 비판을 했다. “586 집권세력의 말 바꾸기, 거짓말… 과거 신념에 갇혀 새로 공부를 안 하니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졌다.” 문재인정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 이런 비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혹독한 평가를 할까. 수많은 일이 있다. 그중 경제 하나만 놓고 보자.

시장경제를 입에 담지 않는 대통령. 황당한 말을 했다.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그러고 무얼 했을까. 세금과 나랏빚을 뿌려 공무원을 늘리고 노인 공공 아르바이트를 매년 수십만개씩 만들었다. 좋아졌을까. 주 40시간 이상 일자리는 지난해까지 195만개나 연기처럼 사라졌다. 반시장 규제로 멀쩡한 일자리를 없애고 공공 알바로 통계를 분식한다. 그러고는 소리친다.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소설 ‘1984’에나 나옴 직한 거짓이다.

민간의 창의가 용솟음쳐야 할 4차 산업혁명 시대. 변명과 거짓에 멍든 ‘공공’을 어찌 절대선으로 고집하는가.

소득주도성장? ‘수레가 말을 끄는’ 황당한 정책이다. 호주머니가 두둑해야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며 또 세금과 빚을 뿌린다. 그것은 더도 덜도 아닌, ‘돈 살포’ 포퓰리즘을 포장하는 말일 뿐이다. 그런 엉터리 정책이 성공할까. 그런 기대는 포퓰리즘으로 망한 차베스의 베네수엘라가 부국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빚더미에 올랐다. 국가부채는 지난해에만 240조원 이상 불어 2000조원에 가깝다. 공무원을 늘리더니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044조원으로 늘었다. 공기업 부채는 또 얼마나 불어났을까. 모두 청년들과 어린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빚진 세대에는 미래가 없다. 파멸을 부르는 정치와 정책. 조국·김상조·LH 사태에서 드러난 위선을 차치하고라도 경제 하나만 봐도 잿빛투성이다.

역사학자 아널드 J 토인비. 문명이 망하는 원인 중 하나를 ‘창조력을 잃은 지도자’에게서 찾는다. 화석처럼 변한 머리로 창조의 수레바퀴를 굴리지 못하는 지도자들. 그들로 인해 문명은 운명을 다한다. 문명만 그럴까. 나라도 마찬가지다. 어찌해야 하나. 청년이 깨어나야 한다. 청년이 잠들면 나라는 썩는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