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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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 경쟁, 무책임의 전형이다

세계여행 지원, 군필 인센티브 등
재정으로 청년 ‘표심’ 얻을 속셈
국정 반성과 정책전환 우선돼야

여권 대선주자들의 망국적 포퓰리즘이 도를 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유튜브 TV에 출연해 군 가산점 제도 부활 등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제대할 때 3000만원의 사회출발자금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폐지된 군 가산점을 대신해 ‘군필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에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원’을 언급했다. “4년간 대학 다닌 것과 4년간 세계일주를 다닌 것, 어떤 게 더 인생과 역량개발에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했다. 학력차별에 대한 인습을 타파하자는 취지라지만,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는 연초 “외국빚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나랏빚은 민간의 자산”이라는 궤변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1억원짜리 20년 적립형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설계 중”이라고 했다. 물려받을 자산이 없는 청년을 위해 국가가 20년간 자금을 적립해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1억원을 지원하는 ‘사회적 상속’ 개념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 정책 구상은 한결같이 재원 조달 방안이 빠져 있다. ‘질러놓고 보자’는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다. 차별성·선명성 경쟁이라지만, 국민 혈세로 표를 사고 국가 재정으로 메우는 건 오십보백보다.

대선주자라면 인기에 영합한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백년대계의 미래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들이 갈팡질팡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니 여당 내에선 설익은 포퓰리즘이 판을 친다. 여성의무복무제, 가상화폐 과세 유예, 은행빚 탕감 등 막가파식 이슈가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청년가족부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등장했다. 야당에서 “허경영 벤치마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나마 허씨는 국회의원 감축, 예산 절약, 벌금 중심 형벌제도 등 황당하지만 나름의 재원 대책이라도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2030세대가 여당을 외면한 건 고용절벽·집값폭등과 막가파식 국정운영 탓이다. 돈으로 표심을 사겠다는 건 청년세대에 대한 모욕이다. 지난 4년간의 국정 실패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주거환경과 반칙 없는 세상을 원한다. ‘묻지마식’ 퍼주기 경쟁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국민들의 세금은 쇠락하는 경제를 떠받칠 신산업의 육성에 쓰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엄청난 나랏빚을 짊어지게 될 미래세대에게 역사의 죄인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