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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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보폭 넓히는 김종인, ‘야권 대선 승리’ 큰 그림 그리나

최근 윤석열, 이준석과 연쇄 회동
李 "만남서 선대위장 제안 없었다"
金, 尹에 ‘명료한 언어 쓰라’ 조언
‘지원’ 질문엔 “후보 선출 뒤 판단”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물결(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당대표. 뉴스1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접어든 상황에서 야권의 대표적 ‘킹메이커’로 꼽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조기 등판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애초 김 위원장은 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기 전까진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유력 경선 주자인 윤석열 후보, 이준석 당대표 등과 잇따라 회동하는 등 보폭을 넓히면서 정치권에선 그의 등판이 임박한 것 아니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4일 국민의힘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과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건 없지만 아무래도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상의할 건 상의하고 또 생각이 공유되는 지점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게 당 선거대책위원장직 등을 제안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엔 윤 후보와 배석자 없이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전두환 옹호 발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반려견 사과 사진’ 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윤 후보가 공개 사과를 한 날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것은 정치적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인은 명료한 언어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후보는 “언행을 삼가고 또 삼갈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 직후인 지난 7월31일 김 전 위원장 사무실로 찾아가 만난 바 있다. 윤석열 캠프에는 김 전 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도 상당수 합류해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를 도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를 도울 것이냔 질문을 받고는 “(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11월5일의 경과를 봐야한다”며 “내가 어떻게 결심을 할 거냐는 그때 가서 얘기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경선을 마치고 나면 (김 전 위원장이) 도와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당 공동선대위원장 역할을 맡아 또 한 차례 킹메이킹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김 전 부총리,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을 토대로 그가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중도층까지 끌어안는 모양새를 연출하기 위해 해당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가면서 보다 큰 의미의 야권 통합을 구상 중이라는 해석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