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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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채용비리 피해자에 5000만원 배상" 은행권 줄소송 이어지나

재판부 "채용 절차서 재량권 일탈·남용"

하나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주는 바람에 탈락한 피해자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잇따르는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부장판사 김경수)는 A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하나은행은 A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A씨는 하나은행 2016년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 지원했다. 이후 서류심사와 인·적성 검사, 합숙 면접, 임원면접을 거쳐 내부적으로 작성된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인사부장은 합격자 명단을 확인한 뒤 실무진에게 ‘상위권 대학 지원자를 합격시키라’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결국 A씨는 최종 불합격됐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합격 시 받았을 임금 일부와 정신적 위자료 등 총 2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하나은행 측은 “재량권 범위 내에서 채용 절차가 진행됐다”며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가 예년보다 부족해 대학별 균형을 고려해 작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은행이 채용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훼손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A씨가 최종적으로 합격해 회사와 고용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금 부분에 대한 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3월 법원은 특정 지원자 우대와 성차별 채용 등 ‘하나은행 채용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진=뉴시스

2018년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 후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2016년 신입 공개 채용 당시 채용비리로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에게 금융감독원은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해 채용비리를 저지른 기관·기업을 상대로 한 첫 배상 판결을 내놓았다. 금감원은 이후 A씨를 포함해 채용비리 피해자 3명을 전원 구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채용비리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우리은행, KB국민은행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강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지난 8월 우리은행이 부정 채용으로 입사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 해고라고 판결했고 이에 불복한 우리은행은 항소한 상태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