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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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립유치원장 연봉이 ‘1억’?…국립대 총장 수준 논란

‘가족 기업’ 운영 실태도 드러나

국비 지원으로 운영되는 광주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이 국립대학교 총장 수준의 억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급여조차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일부 사립유치원은 남편과 아들, 동생, 조카 등 원장의 가족과 측근을 고용해 급여를 지급하는 이른바 ‘가족 기업’처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31일 광주지역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분석한 ‘광주시교육청 청렴 시민감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A유치원 원장 월급은 1006만원, B유치원 원장 1216여만원, C유치원 원장 1032만원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월급은 공립유치원 원장의 월급 상한액을 초과한데다 국립대학교 총장 급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더욱이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원장은 국립대학교 총장과 달리 재산 공개는 물론 재산 형성의 중요 척도가 되는 급여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치원 원장의 급여 비공개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사립유치원 교직원의 급여, 수당에 대한 지급기준’만 유치원 규칙에 포함하도록 명시된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원장 급여 공개에 대한 의무는 없다.

 

일부 유치원의 일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족과 친척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B유치원 원장은 정년퇴직한 남편을 채용해 월 350만원 급여를 지급하고 직원으로 채용된 조카에게는 근무 연차가 적은 데도 월 560만원을 줬다.

 

C유치원은 2022년 9월 기준 원장 1032만원, 남편 642만원, 아들 520만원 등 가족 전체에게 매월 21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또 원장 친동생을 조리원으로 채용해 월 289만원을 지급했는데,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는 조리원(월 128만원)보다 2배 이상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D유치원은 2022년 9월 기준 고령의 설립자에게 등·하원 안내 명목으로 월 1000만원을 지급했다.

 

시민모임은 “현재와 같이 사립유치원 예산이 사립유치원 원장과 그 일가의 고액 월급봉투를 채우는 주머니로 방치된다면 교육과정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그 보호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광주시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사립유치원의 전반적인 급여 지급 실태 전수 조사해 부조리한 급여 지급 행태 강력 경고, 교직원 급여 기준 일원화 및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