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3 18:51:39
기사수정 2016-01-03 22:59:54
[한·일 위안부 합의-한국외교의 진로] 〈1〉 과거사 면죄부 받은 日
35년간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가져온 경술국치는 역사에 대한 통찰 없는 우리 위정자들의 내정 및 외교 실패의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도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 역내 구도에 큰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12·28 합의에 따른 우리 외교안보적 난제를 살펴본다.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는 일본에 외교적 면죄부를 줌으로써 독도의 안위에도 위협이 될 전망이다. 과거사 족쇄를 풀려는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면 숙원인 독도 안건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노릴 수 있어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정권 출범 이후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지난해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했다.
안보리 개혁은 각국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 결론 내기가 쉽지는 않다.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좌절될 수 있다. 다만 일본이 12·28 합의로 명분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대다수의 동의를 확보하면 중국도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중국이 외교적 대가를 얻는 선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12·28 합의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향한 문을 열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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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한·일 협상 폐기 대학생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한·일 협상 무효”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인 가운데 소녀상 주변에 응원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남정탁 기자 |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면 독도 문제의 ICJ 의제화도 성공에 한 발 가까워진다. 현재 ICJ에서 안건을 다루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당사국이 합의하거나 유엔 안보리가 회부해야 한다. 일본은 그동안 1954년, 1962년, 2012년 세 차례 독도 문제의 ICJ 제소를 제안했으나 우리 정부가 거부했다.
유엔 안보리는 당사국이 응하지 않아도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이슈를 ICJ에 회부할 수 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국제법)는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면 우리에게 굉장히 불리하다”며 “독도 등 과거사 문제에 일본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독도 부근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유엔 안보리 논의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는 “독도 주변에서 한·일 어선 간 충돌이 발생하거나 우리 해경이 독도 주변에서 조업 중인 일본 어선에 물대포를 쏴 경고하는 등 소요가 있으면 일본이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하려고 기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일본이 상임이사국의 일원이면 이런 기도가 성공 가능성이 큰 구조다. 직접 이해 관계가 없는 다른 상임이사국은 일본편을 들거나 중립에 설 수 있다. 박재영 경상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안보리 논의 구조에 대해 “안보리 안과 밖은 완전히 다르다”며 “안보리 이사국은 다른 나라가 만든 의사결정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규범을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28 합의에 따른 대일 면죄부는 결국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독도의 ICJ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면 영향력이 커져서 우리는 매우 어려운 외교적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