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5-09 20:23:21
기사수정 2016-05-09 20:23:21
전체 사망원인의 81% 치명적
지난 8일 어버이날, 고향에 다녀온 직장인 A(55)씨는 나이가 들수록 수척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여든살이 넘은 A씨의 어머니는 15년째 앓아온 퇴행성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분주하게 집안일을 했다. A씨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용돈만 두둑하게 챙겨드리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평소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의 건강을 너무 소홀히 했던 것만 같아 이번 해에는 건강검진을 권유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노인 건강실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89.2%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은 고혈압(56.7%), 골관절염 및 류머티스관절염(33.4%), 당뇨(22.6%) 순이다. 이러한 만성질환은 전체 사망 원인의 81%를 차지하는 등 위험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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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령으로 인한 고혈압, 류머티스관절염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일수록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는 필수라고 조언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식습관 개선으로 고혈압, 뇌졸중 예방 효과
65세 노인 중 절반 이상(56.7%)이 앓고 있는 고혈압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암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질병이다. 또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을 크게 높이는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심장학회는 식습관이 혈압을 조절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환경인자라고 보고했다.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건강관리의 핵심인 동시에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는 의미다.
미국심장학회는 과다한 염분과 알코올 섭취는 혈압을 높이는 만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꼭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혈압을 낮추기 위해 칼륨과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채소와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섭취를 주 내용으로 한 ‘대시요법(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을 추천하고 있다.
류머티스관절염 역시 50∼75세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3∼4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자가면역질환 중의 하나로 알려진 류머티스관절염은 일반적인 관절염과는 원인이 달라 접근방법 역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류머티스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아야 한다.
관절이 심하게 붓고 열이 날 때는 얼음주머니 등으로 관절 부위를 마사지해 주고 아픈 관절을 쉬게 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으나 일시적인 초기 대응에 불과하다.
조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지 못하면 관절이 손상, 변형돼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에게서 초기증상이 나타난다면 악화하기 전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
◆“자식에게 짐 되기 싫다”…스스로 행복 찾는 노인들
노인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 중 상당수는 예전과 달리 치료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거동이 힘든 상태가 돼 자식들을 힘들게 하느니 일찌감치 수술을 통해 ‘새 삶’을 찾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2014년 5년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26만3339명이었으며 5년 전에 비해 1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 노인의 경우 2016명에서 3931명으로 2000명 가까이 늘었다. 노화로 인해 연골이 닳아 없어진 상태인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리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어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해 무릎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거에는 인공관절 수명이 10여년 정도라 몇 년 안에 교체수술을 받아야만 해 잦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수술 후 고령으로 인한 체력저하와 감염문제, 합병증 등이 우려돼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수술을 꺼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생체재료가 개발됐다.
김강일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과거 80대 노인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해도 수술 합병증 등을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100세 시대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수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