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OOO' 치면 와르르∼ '무법천지'된 인스타그램

국내 이용자 600만명 달해… 앱 열면 유해 게시물 ‘홍수’ / 미국 본사 비협조… 단속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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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XXXXX’….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사진 공유 SNS로 유명한 ‘인스타그램’에 이런 식의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하면 음란물이 홍수를 이룬다. 낯 뜨거운 사진과 동영상이 셀 수 없을 만큼 스마트폰 화면 등에 펼쳐진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이 ‘음란물 저장소’를 방불케 한 지가 오래 됐다.

최근에는 ‘일반인 신상털기’의 마당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패치’, ‘◇◇패치’ 등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불특정 다수의 제보를 토대로 한 일반인의 유흥업소 종사 경력이나 성병 이력 등이 아무렇지 않게 올라와 있다. 

국내 이용자 수만 해도 60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이 ‘무법천지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주거나 성매매 거래 등 ‘범죄 정거장’으로 활용되고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해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당국은 뚜렷한 대책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난해와 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음란물·성매매 관련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지난 5월 현재 13건에 그쳤다.

방심위 관계자는 6일 “전체 음란물 모니터링 인력이 현재 20명뿐인 데다 심의규정상 음란물 기준이 일반 인식보다 엄격해 조치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수사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지난 2월 한 걸그룹 멤버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스폰서’ 제안 메시지를 보낸 이용자에 대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지만 미국 본사의 비협조로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까지 보냈지만 페이스북 측이 내부 지침을 근거로 협조하지 않아 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 등의 폐해를 막으려면 이용자와 사업자가 ‘자율규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문한다. 사이버범죄연구회 회장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완 교수는 “이용자는 스스로 ‘신상털기’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개인정보 게재에 신중을 기하고 사업자 또한 기존 사회 윤리와의 조화를 위해 자체 신고 시스템 활성화 등 유해성을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