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강환구 ‘투톱’ 대표체제로… 현대중, 구조조정 찍고 ‘영업’ 올인

사장단 인사… 전격 세대교체 현대중공업그룹이 17일 사장단 및 사업 대표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년간 이어온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1차로 마무리하고 전격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회사의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번 인사에선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강환구 신임 사장과 함께 ‘투톱’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한 게 눈에 띈다. 이들 양날개를 중심으로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업’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현대미포조선 강환구 사장을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했다. 강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오갑 전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는다. 앞서 권 부회장과 투톱을 이뤘던 최길선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회장으로서 그룹 계열 조선 3사와 조선·해양분야의 정상화를 위한 역할에만 집중한다.


강환구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사장
권오갑 부회장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선박 수주 등 영업을 향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강 사장과 함께 선박해양영업본부 가삼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도 ‘영업총력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방편이다. 가 사장은 주로 선박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표적인 영업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두 대표이사의 역할도 확실하게 분담된다. 우선 강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생산, 설계, 안전 등 울산 본사의 내부 경영에 전념한다. 강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설계와 생산, 기획 등 현대중공업 조선사업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친 뒤 2014년부터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맡았다. 또 권 부회장은 사업재편,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기획실장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 기획실을 중심으로 사업재편 및 독립경영 체제 확립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고,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가 그룹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전무의 역할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천명한 ‘영업과 기획실 중심’이 정 전무의 업무와 모두 겹치기 때문이다. 정 전무는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그룹 조선해양영업본부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다. 기획실 부실장도 겸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쯤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