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먹어 멍청"…'막말 사설' 지웠다 올린 中 환구시보

주중 한국대사관 엄중 항의에/ 제목·게재 날짜만 바꿔서 실어/‘김치 먹어 멍청’ 등 표현 그대로/“한국 정부·국민 우롱 꼼수” 지적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비판하는 ‘막말 사설’을 실었던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우리 정부 항의를 받고 이를 삭제했다가 제목과 게재 날짜만 바꿔 다시 게재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환구시보는 지난 7일 ‘사드 배치하는 한국, 두 가지 질문에 답하라’는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이 될 것”,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한 기도나 하라”는 등의 막말 비판을 쏟아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환구시보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의 음식과 종교 문화를 비하한 데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문제의 사설을 홈페이지에서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환구시보 측은 이에 사설 게재 시점을 지난 6일 오후 10시로 바꾸고, 제목을 ‘사드 배치 완료한 한국 절대로 더 안전할 수 없다’로 수정한 뒤 문제의 사설을 사실상 그대로 다시 올렸다. 논란이 된 ‘개구리밥’, ‘김치를 먹어서 멍청하다’ 등의 내용은 그대로 다시 실었다.

환구시보의 이런 태도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보다는 일단 논란을 희석시키고 보자는 ‘꼼수 대응’으로, 한국 정부와 한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