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政 눈치보는 메르켈… 독일도 난민 제한

타국 망명 신청 난민, 獨 재신청땐 송환 / EU 합의에도 헝가리·체코 반발 파열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가 다른 나라에서 처음 망명을 신청한 난민이 다시 독일에 망명을 시도할 경우 이들을 즉시 송환하는 내용의 협약을 유럽연합(EU) 내 14개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4개국에 포함된 체코와 헝가리가 그런 내용이 없다며 반발하는 등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까스로 체결된 EU 난민정책과 관련해 벌써 잡음이 일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연립여당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다른 나라에서 망명을 신청한 전력이 있는 난민 신청자들을 해당 국가로 즉각 송환하기로 했고, 여기에 폴란드 체코 헝가리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 14개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서한에서 “독일에 도착했다가 최초 망명을 신청한 국가로 돌아간 경우가 15%에 불과하다”며 “(14개국과 합의로) 이 수치가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앵커(닻) 센터’라고 불리는 난민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이민자를 조사해 난민 지위 여부를 결정하며, 심사에서 탈락된 이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는 8월 말 독일 경찰이 EU 국경지대인 불가리아로 파견돼 불법 이민자 단속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에만 수만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EU 비자 시스템의 결점을 악용했다며 독일 정부가 그리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의 국경 검문을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다. dpa통신은 난민을 즉시 송환하는 골자의 이번 협약이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기독사회당(CSU)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달 28~29일 EU 정상 간 마라톤 협상 끝에 도출된 난민정책의 후속 정책 성격을 지니는 이번 독일의 발표에 대해 체코와 헝가리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 총리의 이런 정책들이 난민을 포용했던 기존 입장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지난해 9월 최악의 총선을 치른 뒤 메르켈은 6개월 동안 연정 구성에 애를 먹었다”며 “반난민 정책을 추진하는 CSU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메르켈의 권위가 손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