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1-21 20:23:15
기사수정 2018-11-21 22:49:18
“HIV등 독성 폐기물 불법 처리” / MSF “표준절차 따라… 명예훼손”/ 구호단체 활동 더욱 위축 우려도
반난민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지중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난민 구조선이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렸다는 이유로 압수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는 인도주의 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중해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가 독성 폐기물을 불법으로 처리해 최근 압수명령을 내렸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검찰은 아쿠아리우스호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4t의 독성 폐기물을 무단 처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현지 뉴스통신 ANSA는 전했다.
검찰은 이 배의 승무원들이 이탈리아 항만에 정박해 있는 동안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홍역 등 전염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의 의복, 붕대 등 의료폐기물 등 위험 물질을 분류하지 않은 채 다른 선내 폐기물과 함께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폐기물을 ‘독성’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임의로 ‘특별 폐기물’로 판단한 뒤 당국의 신고 없이 버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MSF의 계좌 등 46만유로(약 5억9000만원)의 자산도 동결하고 직원 등 24명에 대한 조사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명의 난민을 구조한 바 있는 아쿠아리우스호는 프랑스 마르세유항에 정박 중에 있어 이탈리아 당국의 압수명령은 당장 실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MSF 측은 검찰의 발표에 대해 “폐기물 처리를 포함해 항상 표준 절차를 따라왔다”며 이탈리아 정부가 명예훼손에 나서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중해를 찾는 난민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이번 조치로 향후 구호단체의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