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씨가 14일 경찰에 잇따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의뢰한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10시쯤 검은 정장 차림에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나타난 정씨는 ‘휴대전화 원본을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오늘 조사 받으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씨는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를 받고 있다. 정씨의 이런 범죄 행각에 피해를 입은 여성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날에는 정씨가 영상을 올린 카톡 대화방에 있던 그룹 하이라이트의 용준형(30)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정씨의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 받아 국립과학수사연수원에 마약류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는 이날 오후 2시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승리는 ‘성접대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과 주변에서 상처·피해 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진실된 답변으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는 답변 과정에서 눈을 감거나 침을 삼키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승리는 앞서 피내사자 신분으로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과 함께 카톡 대화방에 있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는 취재진을 피해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동문으로 들어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1일 수사의뢰한 승리·정씨의 의혹 관련 공익신고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에 대한 부패행위 신고 두 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사건을 일선 검찰청에 배당했다고 해서 직접 수사를 하겠다는 뜻은 꼭 아니다.
사건을 배당받는 담당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지, 경찰에 수사지휘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가뜩이나 두 기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경우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 때문에 검찰이 당분간 경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안에 대해 “경찰과의 유착 관계와 경찰의 부실수사, 동영상 유포, 성범죄 관련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강남 유흥업소에서 터진 마약범죄와 성범죄, 그리고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해 경찰은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어 “경찰의 유착의혹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사법처리된 전직 경찰만의 비호로 이처럼 거대한 비리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에 수사 결과로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영·정필재·이현미 기자 bueno@segye.com